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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Nov 14. 2019

유럽 하면 젤라토지

누구에게나 여행을 기억하는 한 단어쯤은 있지 않을까?

매번 여행을 갈 때마다 그곳에서 꼭 하고 싶은 것을 미리 적는다. 먹는 것이든 보는 것이든 현지에서 잊지 않기를 바라면서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두는데, 다가오는 유럽여행 또한 준비하면서 메모장을 열었다.

어떤 맛집을 방문하고 일몰을 보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0순위는 '젤라토 먹기'다.

한 겨울에 가는데?

하지만 나는 꼭 젤라토를 먹어야만 한다.




젤라토를 먹어야 하는 이유를 말하자면 2017년 추석 즈음으로 가야 한다. 그때도 거의 1년 전에 항공권을 끊어 스페인으로 향했다. 1년에 한 번 밖에 못 가는 유럽여행인 만큼 매일 먹는 모든 것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데 첫날 젤라토를 먹은 뒤로 1일 1젤라토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아이스크림이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진하고 꾸덕한 맛이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첫 유럽여행이 아니었음에도 스페인에서의 아이스크림은 난생처음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을 먹어본 아이처럼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맛이었다. 그때부터 스페인 여행 중 하루에 젤라토는 꼭 한 개 이상 사 먹었고 누군가 '스페인 음식 추천해줘!'라고 물으면 단연 '젤라토!'를 말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인 탓에 이해를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첫날 먹은 젤라토의 맛에 콩깍지가 씌어 좋아하는 이성에 대해 칭찬을 늘여놓는 사람처럼 되어버렸을지언정 어쨌든 나에게는 최고의 스페인 음식이자 유럽의 음식이 된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맛있다는 이유 하나로 유럽 젤라토 예찬론자가 되었지만 나는 스페인 여행을 젤라토를 중심으로 떠올리곤 한다. 버스 타기 전에 빨리 다 먹어야 한다며 허겁지겁 먹던 순간, 받자마자 녹기 시작하는 이상한 아이스크림 덕에 웃느라 먹느라 바빴던 순간, 잘 생긴 가게 아저씨가 건네준 장미 모양 아이스크림에 괜히 기분이 두둥실-했던 순간 등. 젤라토의 맛 하나로 인해 사소한 순간들이 한껏 예쁘게 포장되어 장기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누구에게나 이렇게 그 여행을 기억하는 대표적인 한 단어쯤은 있지 않을까? 그 단어를 생각하면 나무가 가지를 뻗어나가는 것처럼 우후죽순으로 여행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혹시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하나 만들어주자. 고작 몇 글자 되지 않는 단어가 기억에 주는 힘은 결코 가볍지 않으니. 스페인에서의 젤라토가 아직 비행기도 뜨지 않은 미래의 여행에도 영향을 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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