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겠다는 꽤 견고했던 목표로 고민없이 결제 버튼을 눌렀던 체코행 항공권. 결제는 당당했으나 그 이후로 설렘은 결제한 당일 뿐, 디데이가 300일도 넘게 남은 탓에 금세 가루가 되어버렸다. 결제한 당일 휴대폰 배경화면에 띄어둔 디데이 위젯을 볼 때마다 '크리스마스가 오긴 오는건가' 피식-웃음이 났다. D-70 즈음에 미리 숙소를 예약했을 때를 제외하면 여행 준비도 없이 하루는 수십 수백번을 반복해 오늘 디데이 위젯은 D-40을 가리키고 있다.
이틀 동안 본격적으로 여행준비를 시작했다. 체코는 어댑터를 뭘 가져가야하는지, 환전은 어떻게 하는지, 여행지는 뭐가 있는지 자세히 읽지도 않고 쌓아두었던 카드뉴스들을 다시 꺼내봤다. '프라하여행 꿀팁'을 검색해서 나오는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도 참고했다. 이런 행위 자체가 진짜 간다는 실감을 더 진하게 만들었다. 여행의 모든 과정에서 여행준비를 하는 단계가 가장 설렌다는 말을 오랜만에 공감했던 시간이었다.
수없이 반복되었던 여행 계획 덕분인지 이번 여행 일정을 짜는 것은 두 시간이면 충분했다. 맛집까지 모두 끼워넣고나니 내가 다니고 있는 여행사의 일정표 못지않게 훌륭하네-싶었다. 이 쯤 되면 몇 백만원짜리 일정이지! 뿌듯함에 또 한 번 행복. 이렇게 행복한 게 쉬운 거였나?
여행 준비를 시작한 뒤로 마음 속에 60% 정도의 설렘을 매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일하다가 문득 퇴근길에 문득 그 설렘을 꺼내 상기시킨다. 아 진짜 얼마 안 남았어!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