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INFJ구나

일 년에 한 번쯤 생각날 때마다 mbti를 해본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테스트는 들이는 시간 대비 흥미로움이 오래가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에 대해 좀 더 논리적으로 알기 위함이기도 한데, 요즘은 이런 검사가 유행이라 많이들 해보시더라.

사실 정기적으로 검사를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사회초년생 때부터 한결같은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 주변 사람들도 가끔 말해주었듯 어떤 것에 대한 기호나 판단이 명확해 검사 결과가 잘 바뀌지 않는다.

이런 소나무 같은 결과는 다른  mbti에 한정되지 않고 기타 성격 유형 검사나 학창 시절에 봤던 진로 검사 등도 마찬가지.

2020년 검사에서도 역시 INFJ다. 역시인 이유는 나조차도 결과를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수십 번 끄덕여도 부족할 정도로 100% 나 그 자체다.

한 친구에게 INFJ라고 했더니 '그럴 줄 알았어. 누가 봐도 인프제야.'라더라. 이렇게 티 나는 성격 또 없다.

친구들도 인정한 INFJ.

한 때 '왜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가기 어렵다고 하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감정 없는 듯한 목소리 톤 때문인가. 표정이 명확하지 않아서 그런가.

그 이유를 몇 년간 알지 못했다가 최근 문득 든 생각을 계기로 유추하게 됐다.

누군가에게 나라는 사람을 소개할 때 "저는 저만의 영역이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타인은 나를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마음의 문을 여는 것에 미숙한 편.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이 다가가기 어렵다고 하나보다. 기브 앤 테이크는 물질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저 조용히 있어도 관심받고 싶은 사람이에요 여러분!

다가가는 것을 잘 못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좀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돈과 시간을 쓴다. 누군가 힘들다는 카톡을 하면 잘 들어주고, 조언을 구하면 생각을 전달하고, 간식거리를 사들고 만나기도 한다. 내가 돈을 써서 친구들이 기분 좋아하면 나 역시 그와 비례하게 행복하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한 번 이상 일부러라도 칭찬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한 지인은 내가 완벽한 'J'라고 했다. 'J'는 내 생각을 태도나 행동으로 표출하고자 할 때 어떤 방식이나 모습으로 보여줄 것인지 판단하는 그 판단을 말한다고 한다. 그 판단을 하냐 안 하냐에 따라 mbti에 J가 붙는다는데 나는 지극히 계획적이고 결정 내리는 과정이 필요한 사람인 것이다. 쇼핑할 때 그 누구보다 신중해 혼자 매장 가서 쇼핑하는 사람 나야 나. 인터넷 쇼핑으로는 뭔가 찜찜해. 덜 본 느낌이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선택의 순간에서도 깊이 며칠을 고민하고 하루 종일 생각해본다. 때문에 미래에 대해서도 건설적이고 계획적인 편. 몇 년에 무엇을 이룰지 다 써놓는 원대한 계획 파랄까.

그만큼 갑자기 닥치는 상황을 기피한다. 약속도 미리미리 할 일도 미리미리. 그래서 말에 대해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렇게 말할 것을 그랬나. 이렇게 전달했어야 더 명확한 내 생각이었을 텐데. 말은 미리 준비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직도 어렵다.

물론 내로남불이 아니어서 남에게도 이를 적용하는 편이더라. 근거 없이 고집부리면 아주 곤란해....

올 해도 mbti가 알려준 한 단어로 하루 종일 분석하며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결과가 그렇듯 장/단점이 있지만 단점 또한 내 모습인 것을.

다행히 나는 매번 동일한 결괏값 덕분에 어떻게 하면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할지 방법을 잘 아는 편이다. 대학생 때 대외활동을 하루에 세 탕 뛰더라도 계속해서 지원하고 결국 수료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자꾸 부딪히다 보면 180도 바꾸지는 못할지언정 대처하는 능력은 생기더라.

혹시 아나. 이러다 절대 안 바뀔 것 같았던 INFJ가 바뀔지.

*mbti 성격유형검사를 해보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로 보시면 됩니다:)

https://www.16personalities.com/ko/%EB%AC%B4%EB%A3%8C-%EC%84%B1%EA%B2%A9-%EC%9C%A0%ED%98%95-%EA%B2%80%EC%82%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