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감정에 충실하지, 진실에 충실하지 않다.

by 페테르


우리 기억과 실제 일어난 사실은 다르다. 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지나치게 과신한다. 일이 벌어진 다음엔 누구나 똑똑해진다. 우리는 너무 자주 잘못된 내용을 사실처럼 기억할 뿐 아니라, 그것이 왜곡된 기억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확신한다.


물론 우리 뇌에는 해마라는 기억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한계를 지닌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고 기록을 시작한 것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기억을 외부화하며, 뇌의 부정확함을 보완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억력은 정확하지 않다. 어떤 정보를 다시 떠올린다 해도, 그 내용은 종종 불완전하거나, 왜곡되어 있거나 전혀 다르게 바뀌어 있다. 무엇인가가 우리를 두렵게 하거나, 기쁘게 하거나, 슬프게 하거나, 분노하게 만들면, 그 경험은 더욱 강하게 각인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당한 순간 느꼈던 놀람과 공포는 수년이 지나도 생생히 떠오르고, 졸업식이나 첫사랑 고백처럼 감정이 벅찼던 순간도 평범한 하루보다 훨씬 또렷이 기억되는 것처럼 말이다.

감정적으로 강렬한 사건이 발생하면,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해마와 편도체에 작용해 그 경험을 더욱 강하고 오래도록 저장하게 만든다. 뇌는 이러한 특정 기억에 신경화학적 꼬리표를 붙인다.


특히 편도체(Amygdala)는 공포, 불안, 분노와 같은 감정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며, 이러한 감정에 휩싸일 때, 그 경험은 해마를 통해 더욱 깊게 각인된다. 부정적인 감정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뇌는 그런 경험을 더욱 강하게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감정이 개입된 기억은 더 쉽게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정확하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보다, 놓쳤다고 믿는 것에 더 크게 흔들린다. 내가 살펴봤던 수많은 종목들 중에서 결국 오른 종목만 또렷이 기억을 하며, 마치 애초에 오를 줄 알았던 것처럼 착각한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고 나면 돈을 벌기 전의 상태가 어땠는지를 선명히 기억하지 못한다. 돈을 많이 벌수록 씀씀이도 늘어나고, 가난했던 시절의 절제된 소비 습관은 금방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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