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의 시간

흘러가는 시간을 배우다

by 디디로그

하루의 시작은 바쁘게 지나간다. 알람을 맞추고, 약을 챙기며, 출근 준비를 한다. 일터에서 온전히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자주 불안한 마음에 엄마를 떠올린다. 일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엄마의 전화가 울릴 때마다 마음이 급해진다. 집에 도착하면 엄마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거나, 창밖을 바라보고 있거나, 때때로는 자신을 쳐다보며 미소 짓는다. 그렇게 한숨 돌리고 나면, 바로 약을 챙기고 하루를 돌아본다.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순간들이다.


이 시간 속에서, 엄마의 하루는 고요와 혼란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창밖을 멍하니 보다가 갑자기 혼잣말을 중얼거리거나, 식사 중 말을 멈추더니 이유 없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희주의 마음은 종종 무너졌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앞에서 당황했고, 그럴수록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감정이 아닌 관찰을 택하기로 했다.


희주는 엄마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말투, 표정, 눈동자의 떨림까지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언제나 작고 미세한 신호를 남겼고, 희주는 그 신호들을 따라가는 법을 배워갔다. 무엇을 바꾸려 들기보다 흐름에 맞춰 조율해 가는 것, 그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억지로 끌고 가지 않고, 엄마의 리듬을 따라 나란히 걷는 것. 그런 자세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이해하려는 시도보다, 받아들이는 선택. 희주는 그 안에서 자신과도 타협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괜찮아. 조절하며 살 수 있어. 그게 중요한 거야.”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을 걸며, 엄마의 하루 속 작고 안정적인 순간들을 조심스럽게 마음에 새겨 넣었다. 아주 짧은 웃음, 평소보다 조금 늘어난 식사량, 고요한 저녁의 평온함. 그런 순간들은 희주에게 작은 축제처럼 느껴졌다. 한순간 지나가버릴지라도, 그 시간은 분명 존재했기에 소중했다.


희주는 점점 더 알게 됐다. 모든 걸 고치려 할수록 더 엇나가고, 억지로 이해하려 들수록 오히려 상처만 깊어진다는 걸. 그래서 이제는 엄마의 시간을 따라 걷기로 했다. 그 시간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쩌면 그건 회복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건 엄마만의 계절이었다. 그리고 희주는 그 계절에 함께 머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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