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문 평온

익숙해지고 싶었던 오늘

by 디디로그

약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생활도 서서히 정돈되어 갔다. 엄마의 잠드는 시간이 일정해지면서 희주는 매일 밤 조금씩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식사도 큰 무리 없이 이어졌다. 불규칙했던 리듬이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자 희주는 안도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작은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기대보다는 기다림에 가까웠고 희주는 그 기다림 속에서 스스로도 조율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자극을 줄이기 위해 TV의 볼륨을 낮추고 조명도 부드럽게 바꾸었다. 익숙한 공간 속에서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줄어들기를 바랐다. 엄마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말수는 줄이고 함께 머무는 시간을 길게 했다. 그렇게 조용히 흐르던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마음이... 편안해.”


그 한 마디는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설명이 필요 없는 말 그 말 하나에 담긴 엄마의 감정을 희주는 오래도록 곱씹었다. 엄마는 지금의 시간을 느끼고 있었고 그 시간 속에서 희주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회복은 언제나 거창하지 않다. 무엇을 이겨내는 일이라기보다 일상을 조금 덜 어지럽게 만드는 일. 계절이 서서히 바뀌듯 엄마의 마음도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희주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변화는 눈에 띄지 않게 오지만 분명히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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