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주친 시선
그 후로 그는 기억 속에만 머물러 있었다.
일상은 바쁘게 흘러갔고 추억은 점점 희미해졌다.
그러던 어느 평범한 주말 오후.
나는 친구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편안한 차림으로 카트를 끌며 선반을 둘러보던 그 순간
사람들 틈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 설마"
눈이 마주쳤다.
그가 먼저 짧게 인사했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순간, 출근길 아침들이 스쳐 지나갔다.
말 한마디 없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던 그때.
짧은 눈맞춤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몰랐다.
"이 근처 사세요?"
그가 먼저 말을 건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끔 와요."
북적이는 매장,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그 사람이 말을 꺼내려던 순간ㅡ
"아는 사람이야?"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남자친구였다.
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아, 예전 회사 사람이야."
짧게 대답했지만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
그렇게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우리는 서로의 길로 걸어갔다.
"그때 조금 더 말을 이어갔더라면..."
예전 같으면 마음 한켠에 설렘이 피어났을지도.
하지만 지금은 피어나면 안 되는 거였다.
마트를 나서며
그가 잠시 뒤돌아보는 게 보였다.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지만
그 순간, 서로의 시선이 잠깐 스쳤다.
스쳐간 인연도, 남겨진 설렘도
마음 한켠에 조용히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