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가 오면
지하철 문이 닫히는 순간.
그제야 우산을 놓고 내렸다는 걸 알았다.
습관처럼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열차는 플랫폼을 떠나고 있었다.
선물 받은 우산이었다.
무난한 색, 튼튼한 살대, 손에 착 붙던 감촉.
그냥 우산이 아니라 마음이 함께 든 선물이었다.
"선물로 우산 받으면 헤어진다더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 미신을 믿은 적은 없는데
막상 잃고 나니 이상하게 그 말이 떠올랐다.
잠깐 돌아갈까 고민했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길.
게다가 요즘은 쉽게 살 수 있다.
세상은 이런 작고 어리석은 실수에는 참 관대하다.
그래도 마음이 허전했다.
비 오는 날마다 지켜주던 다정함이 묻어있던 우산.
지하철 입구로 나오니
여전히 비가 내렸다.
새 우산을 하나 샀다.
가격은 싸지만 마음은 조금 비쌌다.
생각해 보면
우산이란 결국 관계와도 비슷하다.
잠시 머물다 가지만
그 시간 동안은 나를 지켜주는 존재.
그 우산을 잃어버린 대신
그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다시 비가 오는 날엔
조금 더 조심히
그 기억을 함께 들고 걷게 되겠지.
ㅡ
지하철 팁
9호선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먼저 침착하세요.
급행보다 빠른 건 당황뿐이니까요 *^^*
서울 9호선 유실물센터: 02-2656-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