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신난 사람을 봤다

눈치보다 리듬

by 디디로그

누군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고 아무도 못 본 척했다.

그게 오늘 아침의 리듬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열차가 흔들리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그는 진짜로 리듬을 타고 있었다.


헤드셋을 낀 채

어깨가 먼저 움직였고

잠시 후엔 손이 따라 나왔다.

가방끈이 흔들리고

신발로 바닥을 톡톡 두드렸다.


창문에 비친 얼굴은 진지했다.

너무 진지해서 오히려 웃음이 났다.


사람들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누군가는 시선을 피했고

누군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화면을 스크롤했다.


나는 그 와중에 피식 웃었다.

'저렇게 사는 것도 괜찮겠다.'


서울에선 대체로 눈치가 빠른 사람이 유능하다고 하지만

가끔은 눈치 없는 용기가 더 멋있을 때가 있다.


그가 리듬을 탈 때마다

지하철도 같이 흔들리는 것 같아서 묘하게 즐거웠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지하철 안의 공기가 살짝 가벼워졌다.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음 역에서 내렸다.

헤드셋을 끼고 어깨에 박자를 남긴 채.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나도 그 자리에서 서서


발끝으로

마음으로

조용히 박자를 탔다.







지하철 팁

눈치보다 박자도 중요하지만 급정거엔 중심부터 잡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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