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멈춤
아침인데 다들 표정이 가볍다.
누군가는 캐리어를 끌고
누군가는 마음을 끌고 있었다.
같은 9호선인데 방향이 다르니 공기도 달랐다.
한쪽은 회사로 가고
한쪽은 공항으로 간다.
나는 그 중간 어딘가에 서 있었다.
금요일 오전 공항행 열차는
조용하지만 묘하게 들떠 있다.
그 시간의 공기엔
일하기 싫은 냄새와 약간의 자유가 섞여 있었다.
정장 대신 캐리어
파일 대신 여권
누군가는 퇴사를
누군가는 여행을 품고 있었다.
앞자리 여자는 이어폰을 꽂고 창밖을 바라봤다.
음악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 표정엔 이미 떠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 문득 나도 잠깐 내려볼까 싶었다.
별 이유는 없었다.
그냥 지금,
이 타이밍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번 역은 김포공항, 김포공항입니다"
안내음이 울리고
열차가 속도를 줄였다.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려야 할까.
그냥 타고 있어야 할까.
심장이 쿵, 하고 한 번 더 뛰었다.
문이 '칙ㅡ'소리와 함께 열렸다.
공기의 결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 문을ㅡ
나도 내렸다.
지하철 팁
내릴 때, 이유는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