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환승입니다

by 디디로그

한 정거장씩 지나오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었다.


이 이야기가 이렇게 오래 이어질 줄은

나도 몰랐다.


지하철에서 스친 순간들을

그날그날의 마음으로 써 내려왔을 뿐인데

생각보다 멀리 와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흔들렸고

생각보다 많이 버텼다.


한때는 같은 칸에 있던 사람들도

지금은 각자 다른 역에서 내린다.

그게 조금 서운했던 적도 있다.

왜 다들 떠나는 쪽이고

나는 남는 쪽인지 잘 모르겠던 시절도 있었다.


근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사람마다 가는 방향이 있고

딱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 거다.

어떤 사람은 급행처럼 쌩 하고 지나가고

어떤 사람은 완행처럼 천천히 움직인다.

그리고 그게... 생각보다 마음 편한 일이라는 것도.


사람 사이 거리도 그렇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못 본 척하다가도 또 스친다.

그러다 모르는 사이로 남기도 한다.


마음이라는 건

원래 그렇게 조금씩 환승되는 거니까.


돌아보면 대단한 장면은 하나도 없었다.

그 사소한 순간들이

조용히 하루를 바꾸고

그 하루들이 나를 어디론가로 데려왔다.


지금 읽는 당신에게도

하루에 이런 장면 하나쯤 있었기를.

그 장면이 오늘을 조금 덜 흔들리게 해 주길.


문이 다시 열린다.

사람들이 밀려나고 또 밀려든다

그 익숙한 소리 속에서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삑 ㅡ 환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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