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말은 늘 갑자기 온다
오늘 내 기분을 건드린 건
업무 톡도 아니고 만원 지하철도 아니고
앞사람이 펼친 책 한 권이었다.
보려고 한 건 아닌데 자꾸 보였다.
책 제목은
<오늘도 별일 없이 살려고 합니다>
말도 안 되게
오늘 아침 내가 제일 듣고 싶었던 문장이었다.
근데 요즘은 그 반대였다.
양말은 젖고 급행은 떠나고
거래처 연락은 다섯 개나 와 있었고ㅡ
출근 전 이미 별일이 과했다.
그런데 바로 앞사람은
아주 평온하게
'별일 없이 살겠다'는 문장을 읽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부럽네.... 저 문장 같은 삶.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그 문장이 나를 향해 오는 것 같았다.
터널 불빛이 창을 스칠 때마다 마음도 같이 흔들렸다.
그러다 문득 앞사람보다 그 문장에 내가 붙들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 나도 오늘은
조금만, 별일 없이 살고 싶다.
그 순간, 열차가 속도를 줄였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내렸다.
그 문을 통과하자
마음이 살짝 리셋되는 느낌이었다.
열차는 다시 움직였고
나는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서 있었다.
오늘 별일은 많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조금 덜 흔들리고 싶다.
지하철팁
앞사람 제목은 스포일러보다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