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같은 가방을 든 사람을 봤다

괜찮아, 내 것도 나름 괜찮아

by 디디로그

열차가 흔들렸다.

손잡이들이 동시에 덜컥거렸고

그 틈으로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보였다.


나랑 같은 가방이었다.

색도 지퍼에 달린 키링까지 완벽히 똑같았다.

아, 이거 나만 산 줄 알았는데

민망하면서도 웃겼다.

살짝 '1+1 행사'의 실물 후기 같달까.


나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앉아 있었고

그게 더 어색했다.


가방 끝을 슬쩍 고쳐 쥐며

'괜찮아, 내 것도 나름 괜찮아'

그렇게 혼잣말하듯 생각했다.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그 사람의 키링과 내 키링이

팅ㅡ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기분 좋았다.

아무 일 아닌데 괜히 동지애 같은 게 느껴졌다.


다음 역에서 그 사람이 일어났다.

나는 앉아서 그 뒷모습을 봤다.


저 사람처럼 나도 괜찮아 보였으면 좋겠다.

그 생각이 스쳤고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하철팁

누군가와 같은 걸 들고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건 '같은 이유로 좋았던 것'을 함께 들고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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