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숙식알바는 경상도의 한 풀빌라였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 알바가 딱 그랬다.
나는 취미로 디제잉을 배웠다. 매일 새로운 음악을 찾았고 나만의 음악스타일을 배합하여 믹스셋(음악모음집)을 만들었다. 이 믹스셋을 사람들과 함께 즐겼으면 좋겠고 같은 음악취향을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이를 실현할 곳을 찾아보던 중 경상도의 한 풀빌라에 디제잉 자리를 구한다는 공고를 발견했고 곧바로 지원했다. ktx를 타던 그 순간까지도 희망이었으나 내리는 순간 개망이었다.
디제이로서 음악을 튼 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동네 주민인 할아버지가 찾아와 고함을 질렀다. 동네 시끄럽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말이 요지였다. 바닷가 근처의 관광지이기도 하고 디제잉풀파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기에 주민들과의 협의는 마쳤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풀빌라 사장은 이기적인 심보로 줄곧 동네주민들과 마찰을 일으켰고 하필 내가 디제잉을 시작한 날 가장 큰 마찰이 빚어졌다. 그렇게 하루 만에 디제이로서 설 자리를 잃었다.
비싼 ktx를 타고 왔는데 이렇게 돌아갈 순 없어서 낮에 카페알바생으로 일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주민들께 음료를 들고 찾아가 사정사정하며 편의를 봐달라 부탁했다. 그땐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었나 모르겠다. 아마 정말로 디제잉을 하고 싶었고 음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열정이 가득했었나 보다. 그렇게 낮에는 카페에서 일하고 밤에는 디제이로 일했다. 이렇게 되니 근무시간이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근무시간이 생각했던 바와 다르게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나에게 정확한 휴게시간과 휴무일을 고지하지 않고 줄곧 근무를 시켰다. 새벽에도 불러내어 근무와 관련된 얘기를 가장한 본인의 사적인 이야기를 했고 이것이 불편하다고 호소하자 본인이 되려 난색을 표했다. 이 외에도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로자를 존중하지 않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쯤 되면 이 근무지가 얼마나 개차반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더 이상 일을 하는 것이 내 몸과 마음에 대한 학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로했지만 사장은 이상한 이유를 대며 그만두려는 날 막았다. 난 또다시 “추노”했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고 임금의 일부분을 포기하고 나왔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때로는 결단을 내리는 용기도 필요하다. 하고 있는 일이 본인과 잘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빨리 그만두고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해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한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곱씹어 생각할수록 그만두는 것이 맞다면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솔직해야 한다. 이 과정도 몇 번 해보다 보면 더 단단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이 두 번의 추노과정을 통해 이후 알바를 고르는 나만의 기준점을 만들었고 알바 보는 눈을 길렀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나쁜 경험을 했더라도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고 인생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앞으로는 좋은 경험이 인생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