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제주여자들

by 덤생

드디어 이 이야기까지 도달했다. 사실상 이 에피소드를 쓰고 싶어서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나는 독립을 하고 싶어서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알바를 했다. 그중 제주도도 포함이다. “제주도까지 가서 알바를?” 싶겠지만 제주 워킹홀리데이라고 명명하며 포부 있게 떠났다. 심지어 2번이나 갔다. 이 술꾼제주여자들이라는 타이틀은 두 번째 제주 워킹홀리데이에서의 일이다.


제주도 내 한 호텔에서 매일 저녁 파티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그 파티를 진행할 스태프를 모집한다는 모집공고를 봤다. 난 그 공고를 보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다. 그 이유는


1. 지금 당장 떠나고 싶었고

2. 제주도가 그리웠고

3. 세상 또라이들을 미리 만나고 싶었다


그중 3번째 이유가 또라이같겠지만 나름 진중한 이유다. “또라이질량보존의 법칙”이란 말을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다. 한 무리가 있으면 그중 꼭 한 명은 또라이가 존재하고 만약 또라이가 없다고 생각이 들면 본인이 또라이라는 그런 법칙이다. 이 법칙은 SNS상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을 정도로 화제가 된 법칙이다.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만날 또라이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운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 것처럼 반대로 불운의 총량도 있다고 믿는 것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던데 평생 내가 만날 또라이가 정해져 있다면 빨리 만나고 해치워버리는 게 좋지 않은가? 그렇다면 파티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간 또라이들을 너무 많이 만나온 탓에 지쳐있었고 (이 책에서 풀어낸 에피소드 이외에도 헉할만한 또라이들을 만났다.) 이왕 만날 거 빨리 보고 해치워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당일에 지원서를 작성했고 감사하게도 합격이 되어 2월 26일, 나는 또 제주로 떠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또라이를 만나진 못했다. 파티에 술이 들어가니 나사 하나씩 풀린 인간들을 마주할지언정 인상 깊은 또라이는 없었다. 대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세 번째 이유를 달성하지 못해 슬퍼해야 할지 혹은 기뻐해야 할지.


우선 같이 스태프를 한 2명의 친구들이 보석 같았다. 처음 만난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죽이 척척 맞고 눈빛만 주고받아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통했다. 파티 첫날 긴장을 한 탓에 폭망을 한 이후로 밤늦게까지 머리를 감싸 쥐고 회의를 한 덕분에 관계가 더욱 단단해졌지 않았나 싶다. 파티 참여자들의 후기에서 종종 우리의 캐미가 좋다는 말을 봤는데 서로를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팀워크가 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 한 달간 같이 일할 수 있어 감사했다. 이 에피소드의 타이틀이 술꾼제주여자들이 된 이유다. 이 외에도 파티 손님으로 오신 분들 중 기억에 남는 분들이 많다. 규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파티였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분들을 많이 만났다. 직업으로 보자면 연애프로그램 PD, 의사, 소방관, 선생님, 은행원, 스타트업 CEO 등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스스럼없이 나누고 대화하는 시간이 뜻깊었다. 이렇게 말하면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를 잘 아는 가족 혹은 친구보다 한 번 보고 말 사이인 관계에서 진솔한 대화가 가능할 때가 있다. 그래서 대화가 때로는 사뭇 진지할 때도 있었는데, 색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환기구가 되었다. 이 경험은 특별했고 어쩌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기회이기에 다시 제주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 경험은 내가 한국을 넘어 뉴질랜드로 “진짜”워킹홀리데이를 갈 수 있게 한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한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었는데 더 넓은 세계로 나가면 어떤 생각과 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했다. 제주워킹홀리데이의 경험은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자 용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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