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첫 번째 제주 워킹홀리데이를 먼저 쓰지 않고 두 번째를 먼저 썼는지에 대해서는 이 제목에서 먼저 스포일러를 하고 있다. 독자분들에게 제주 워킹홀리데이에 좋은 첫인상을 주고 싶었다. 첫 번째 제주 워킹홀리데이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난 졸업만 하면 워킹홀리데이 갈 거야.”를 입에 달고 살았던 나는 대학교 4학년 때 닥친 팬데믹이 당황스러웠다. 하늘길이 닫힐 수도 있구나. 졸업하고도 1년을 방황하다가 다짐했다. 제주도에서 제주 워킹홀리데이라도 해야겠다고. 그래서 무작정 제주도에서 일자리를 찾았고 일사천리로 입사했다.
첫발을 내디딘 그곳은 그야말로 텃세끝판왕인 곳이었다. 섬사람들은 텃세가 심하다던데 그래서 그런 걸까 의문을 가지기엔 직원 모두가 육지출신이었다. 시작은 미미했다. 인사팀에서 유니폼착용모습을 사내교육자료로 쓰고 싶다고 사진을 찍어갔을 정도로 유니폼을 단정하게 입은 나에게 유니폼으로 틱틱거리며 태클을 걸었다. 근무 중에는 이리저리 말을 바꾸며 지시하다가 잘못된 결과가 나오면 내 탓으로 돌렸다. 근무 첫날 인수인계 중에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고 그럴 시간도 충분했지만 주지 않아 놓고 바로 다음날 그 일을 혼자 하라며 나머지 근무 인원은 연차를 썼다. 이 상황을 알고도 직원들은 내가 실수를 할 때마다 제대로 못 배웠냐며 나무라기 바빴다. 이 텃세는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11시 출근 20시 퇴근임에도 불구하고 10시 30분 출근을 강요했다. 여기서 강조할 것은 나는 포괄임금제를 받는 직원이 아닌 시간당 급여를 받는 알바생 신분이었다. 당연히 추가근무수당 없이 30분 일찍 출근을 강요했다. 선임이나 책임자 없이 혼자 10시 30분에 출근해서 근무해야 하는데 이것도 의문이었고 10시 30분에 근무자가 없으면 업장이 돌아가지 않는 이상한 구조였다. 그렇다고 10시 30분 출근 스케줄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저 나보고 30분 일찍 출근하라는 강요뿐이었다. 또한 계약서상 1시간 휴게시간이었지만 30분 이내로 밥을 먹어야 했고 화장실도 상사에게 일일이 보고한 후 다녀와야 했다. 놀랍지도 않게 퇴근시간도 당연히 지켜지지 않았다. 가장 나이가 많고 직급도 높은 직원은 19시 55분부터 시계만 보고 있다가 59분이 되면 나에게 다른 업무를 시켰다. 절대 간단히 끝낼 수 없는 복잡한 일을 시켰고 자연스럽게 나는 초과근무를 하다가 퇴근 셔틀버스를 놓쳐 1시간을 걸어서 기숙사에 가야 할 때도 있었다. 이를 문제 삼자 급기야 직원들은 나를 앞에 두고 앞담화를 하며 대놓고 왕따를 시키기 시작했다. 단 둘이 일을 할 때는 무선이어폰을 착용하고 내 말을 듣지 않으려 했다. 심지어 내가 나이 어린 직원들에게 반말을 하고 버릇없게 군다며 회사 전체에 이상한 소문을 내기도 했다. 이 모든 게 2주 안에 벌어졌다.
사실 처음에는 내가 당한 이 일들이 단순히 그들이 나를 싫어해서 괴롭히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건 “텃세”라는 단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 사람들의 인성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지만. 사원수가 네 자릿수 이상인 큰 회사에서 당한 텃세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다행히 인사팀에서 이 일의 심각성을 알고 나를 다른 팀으로 이전해 주었고 그 팀에서는 잘 적응해 내 첫 워킹홀리데이를 마무리했다.
직장 내 괴롭힘과 한 끗 차이인, 아니 어쩌면 같은 말일수도 있는 텃세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경험하지 않는 게 베스트지만 경험했다면 이렇게 생각하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렇게 마주쳐서 다행이다! 라고. 어떤 뜻이냐면 이렇게 가벼운 관계에서 만나서 다행이라는 뜻이다. 고작 알바에서 만나서 다행이다, 어렵게 취업한 직장에서 안 만나서 다행이다, 시부모님이나 시누이 관계로 안 만나서 다행이다,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