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빛나는 고교시절
딸아이가 한 달이 넘도록 아프다.
진통제를 안 먹은 날이 없다. 오히려 하루 최대치까지 먹은 날도 많았다.
수시원서 접수 마지막날 갑자기 걸을 수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학원 앞에서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며 간신히 버틴 아이를 차에 태웠다.
"엄마 목발 좀 가져다주세요"
"걸을 수가 없어요"
얼른 집으로 들어가 목발을 가지고 와 아이에게 건넸다.
목발 짚고 가는 아이가 안쓰러워 업어주고 싶었지만 아이는 너무 커버렸고 엄마는 그럴 힘이 없다.
'아기 때 많이 업어줄걸'
말도 잘 못하는 아기가 아기띠를 끌고 와 업어달라고 했지만 엄마는 잘 업어주지 못했다.
아이가 목발을 짚고 갈 때면 그때 일이 자꾸 생각난다.
한 달 반 가까이 학교도 학원도 스터디카페도 데려다주었다. 집에서는 공부를 안 하게 되니 나간다고 한다. 아주 아픈 날은 걸을 수가 없어서 그마저도 가지 못했다.
한 달쯤 지났을 때 물었다.
"여전히 많이 아파?"
"다리가 흐물흐물 종이가 된 것 같아."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또 가슴이 찢어진다.
무뎌지지도 않고 모든 걸 다 느끼는 이 마음.
그날도 늘 그렇듯이 학교 앞에서 수업이 끝난 아이를 차에 태웠다.
"엄마, 졸업하기 싫어"
고등학교 졸업장을 기다린 엄머로서는 놀랐다.
"뭐? 왜?"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싫고 더 이상 친구들을 볼 수 없잖아"
차창밖으로 친구들이 지나가는 걸 보고 있던 딸아이가 해맑게 말했다.
"난 학교 가는 게 좋았어"
"급식 먹는 것도 좋았고 맛있었어"
이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고맙던지.
성인이 되어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걱정과 근심이 작게나마 사라졌다.
3년 동안 힘든 순간도 많았을 테고 속상하고 눈물 나는 순간도 많았을 텐데 아이는 잘 이겨내고 있었다.
딸아이는 누구보다 건강한 고3이다.
다리가 아플 때 그냥 평소처럼 편하게 대해줬던 친구들에게도 참 고맙다.
십대들이 오히려 쿨하다. 체육을 하지 않아도 조퇴를 많이 해도 그렇게 궁금해하지 않고 캐묻지도 않는다. 아플 땐 책가방도 들어주는 착한 친구들이지만 딸아이가 아프면 아픈가 보다 그렇게 생각한다. 눈에 띄는 배려는 하지 않는다.
장난 잘 치고 축구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들도 아무렇지 않게 딸아이와 웃고 조잘댔다.
서울대가 목표인 아이와도 공부얘기, 그 아이의 현 여자 친구 얘기를 하며 재밌어했다.
취미나 성적, 남녀를 가리지 않고 딸아이는 두루두루 잘 지냈던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추억들이 벌써부터 그리운가 보다.
몸이 아프지만 입시에 지쳤지만 딸아이는 빛나고 잊지 못할 고교시절을 보내고 있다.
건강하고 밝은 내 딸!
엄마가 고맙고 많이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