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해도 안다

"아빠 고마워"

by LYR

수능이 끝났지만 첫째는 집에만 있었다.

남아있는 논술 때문이 아니었다.


친구들은 모두 수능 당일부터 삼삼오오 모여 놀러 다니기 바빴다.

아이는 그 친구들에게 낄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해방감을 느끼고 싶었던 친구들에게 같이 놀자고 말하지 못했다.

대신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친구들의 인스타를 보며 간간히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해줬다.


말 안 해도 안다.

얼마나 놀러 나가고 싶었을까?

좋아하는 마라탕과 엽떡도 먹고 올리브영에서 사고 싶었던 화장품도 마음껏 골라 보고 싶었을 것이다.


논술과 동생의 수영대회가 끝나면 외출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려고 했다.

하지만 엄마의 사고로 인해 아이는 또 집에만 있어야 했다.

아이의 다리는 계속 아파 혼자는 다닐 수가 없는데 사고 이후 나는 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

11월 말 아이 병원 정기검진을 마치고 남편이 우리를 위해 맛집을 예약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냥 집에서 시켜 먹자는 아이를 설득해 퓨전 베트남 식당으로 데려갔다.

입맛에 맞았는지 아니면 너무나 오랜만에 외출을 나와서인지 아이는 즐거워 보였다.

아이가 사고 싶었던 검은색 숏패딩도 사고 트리 장식을 보며 연말 분위기도 냈다.

다리가 안 아팠으며 더 둘러보라고 하고 간식도 사 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자주 보였다.


그날 저녁 딸이 자러 들어가기 전

"아빠, 고마워"

"맛집 데려가줘서"


아이의 환한 모습에 우울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고마워 자기야'

'시간 내서 이렇게 깜짝 선물 마련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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