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골라서 먹고 싶어"
12월 어느 날 첫째가 친구와 홍대 쿠킹클래스를 간다고 했다.
걱정이다.
가면 많이 걸을 텐데.
아빠가 데려다준다고 해도 친구가 불편해한다고 둘이 가고 싶다고 했다.
택시 타고 쿠킹클래스 카페, 바로 옆 레스토랑 두 곳만 가는 걸로 동선을 짰다길래 다녀오라고 했다.
오랜만에 화장하고 안 입던 치마도 입고 아이는 신나 보였다. 외출하고 힘들어할게 걱정이었지만 그래도 친구 만나고 맛있는 거 먹으며 즐거워할 아이를 생각하니 한편으론 좋았다. 수능 끝나면 아이와 맛집 찾아다니며 점심도 먹고 카페도 가고 즐겁게 보내려 했는데 나의 사고로 힘들어졌다.
9월 이후 엄마, 아빠의 라이딩, 택시 없이는 아이 혼자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가능한 움직이지 않게 하려고 차로 이동했고 집에서도 자기 방에서 거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주 일요일 저녁. 밥을 먹고 나서 옷을 주섬주섬 입더니 편의점엘 갔다 온다는 것이다.
"이 시간에 편의점? 엄마가 사다 줄게"
"아니, 내가 먹고 싶은 거 내가 골라서 사고 싶어"
먹고 싶은 걸 말하면 과자도 아이스크림도 늘 우리 가족들이 대신 사다 주었다.
다리가 안 아플 때 학원이나 스카 갔다 돌아오는 밤에 아이는 자주 편의점이나 빵가게를 들르곤 했다.
젤리, 말차아이스크림, 포카칩, 캐러멜팝콘.
그날 먹고 싶은 걸 사러 편의점에 들러 구경하고 자기 용돈에 맞게 하나를 짚어 들고 왔었다.
그게 유일한 낙이라며 옆에 있는 사람 먹고 싶게 맛있게도 먹었다.
소소한 간식 사는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몇 달을 보냈다.
다리가 최근에 조금 나아졌다.
200미터 편의점을 혼자 가는 데 네 달이 걸렸다.
이게 뭐라고.
아니 정말 기쁜 일이지.
아이가 혼자 편의점을 가는 모습이 낯설지만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