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원서 마감, 그리고 엄마의 실수

입시, 매운맛!!

by LYR

며칠 동안 한숨을 얼마나 쉬었는지 모른다.

수험생을 둔 부모가 힘들다는 걸 최근 진심으로 느끼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입시 사이트에 들어가 재고 또 재며 수시카드를 만지작거렸지만 현재 아이의 성적으로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수시카드를 버릴 수 없어 올봄부터 딸아이는 인문논술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차선으로 6 논술을 쓰기로 결정했다. 8월까지만 해도 논술은 아닌 것 같다고 소질이 없다며 논술 전형에 부정적인 아이였다.


하지만 수시 상담을 받으며 논술 선생님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한 이후 논술로 꼭 대학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논술이 최선책이 되었다. 그전까지 원서를 쓸 생각이 없었던 상향 대학을 2개나 지원하기로 했다. 수능 최저를 맞추기 위해 두 달 남은 수능을 정말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아이의 태도도 변했다. 논술을 떠나서 수능을 잘 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니 아이의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다행스러웠다.





수시 원서를 마무리 지은날 아이는 일어설 수도 없을 정도로 다리 통증을 느꼈다.

침대에 누워 고통을 이겨내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여전히 아픈 다리를 목발에 의지해 간신히 논술 학원으로 갔다.

그런데 수업 와중에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됐다.

학원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아 데리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학원으로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온갖 상상을 하며 운전을 했다.

어깨가 쳐진 채 목발을 짚고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를 얼른 차에 태우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원서를 잘 못썼어"

"국제통상학과는 인문논술이 아니라 수리가 포함된 수리논술이래"


날벼락이다.

여러 번 확인을 했는데 그 과가 인문논술이 아니라니.

마지막에 논술 선생님께 여쭤봤어야 하는데 괜히 학과를 바꿔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질러 버렸다.


논술 선생님이 정해준 학과가 아닌 아이에게 더 맞고 경쟁률도 조금 낮은 과로 원서를 쓰자고 했다.

아이도 학과를 수정해도 된다고 했다. 엄마를 믿고.

하지만 엄마가 확실히 파악을 못하고 아이에게 학과를 권유했던 것이다.


뒷좌석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난 이미 하나의 원서를 버렸어. 벌써 한 대학에서 떨어졌어."

이 일로 아이의 의지를 꺾어버렸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아이는 나와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했다.

아이가 처음 이 일을 말했을 때 나의 반응이 어땠지?

내가 아이의 입장과 마음을 더 헤아리고 사과하고 읽어줬어야 하나?

내가 인지하지 못했지만 말투나 태도에서 뭘 잘못했나?

자책과 미안함이 끊이지 않았다.


다음날 또 곰곰이 생각했다.

미안함과 안타까운 나의 마음을 잘 전달하지 못한 걸까?

빨리 잊고 더 중요한 수능공부를 해야 한다고 남의 일 대하듯 말했나?

아이의 눈에서 여전히 원망의 눈빛이 느껴졌다.

사춘기가 한창이었을 때 보았던 그 눈빛.


아이가 이 순간을 이겨내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드나 보다.

어른인 엄마가 그걸 잘 헤아리지 못했나 보다.

안타까움과 속상함에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이가 자주 아파 남편은 지금까지 딸에게 공부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잔소리는 다 내 몫이었고, 아이와 다투는 것도 내 몫이었다.


일이 바빠 자의 반 타의 반 아이의 성적과 입시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나도 무심한 남편을 그냥 지켜보았다. 아이가 갈 수 있는 대학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번 일도 있고 해서 이제서야 아이가 갈 수 있는 대학이 궁금한지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합격선의 대학 몇 개를 나열했다.

남편의 반응이 너무 의외였다.


"그런 대학 갈 거면 보내지 마"


"나도 그러고 싶지"

"근데 그런 대학이라도 안 가면 아픈 애를 재수시킬 거야?"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아이가 갈 수 있는 대학이 더 아래여서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갑자기 왜 다 내 잘못이 된 걸까?


지금은 고스란히 다 감당하고 있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화내면서 쓸 에너지가 없다.

입시는 힘들다고 알고 있었지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또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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