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할 수 있을까?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혼자 집안일을 전담한 지 이제 겨우 5년이 됐다. 그동안 어머니가 몇 년, 이모님(베이비시터)이 줄곧 아이들을 돌봐주셨고 집안일도 다 해주셨다. 바쁜 홍보 대행사를 다니며 어머니와 이모님은 정말 친정엄마 같은 존재였다. 밥먹듯이 야근하고, 자주 새벽에 오는 나를 더 걱정하셨고 아이들도 잘 보살펴 주셨다. 그분들 덕에 집안일에 대한 부담은 덜했다. 그러다 5년 전 둘째가 초등 입학 후 육아휴직, 그리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이모님(베이비시터) 없이 처음으로 온전히 집안일을 했다.
집안일에 있어서는 신입사원이었다. 그동안 세월이 있으니 전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손이 정말 느렸다. 처음 매일매일 집안일을 하면서 피곤해 자주 아팠다. 회사 입사 후 겪는 극심한 피로감 같은 것이었다. 타고난 체력이 약하고 손에 힘도 없었다. 무거운 주방기기들과 실랑이를 하는 게 힘들어 식기세척기부터 빨래 건조기 로봇청소기를 샀다. 밥 안치고 반찬 2개 하는데 2시간, 싱크대 위 어질러진 식자재, 조리도구를 정리하고 설거지에 또 1시간이 걸려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큰 애 낳고 생긴 족저근막염으로 오래서 있으면 발바닥이 아프다).
5년을 하니 시간이 줄고 발바닥도 덜아프지만 여전히 손이 느리고 서툴다. 아직도 반찬 하나 만드는데 30분 이상 걸릴 때가 허다하다. 집안일도 적성, 능력이 따로 있기에 그런 사람들 반도 못 따라간다. 차라리 회사일이 더 좋다.
이런 내가 요즘 매일매일 여러 개의 음식을 만든다. 예전에는 밀키트도 국도 자주 사서 먹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두부브로콜리볶음, 생선살 요리, 무볶음, 호박죽, 사과퓌레 등등 별거는 아니지만 해보지 않은 음식들을 남편이 먹기 편하게 만들었다. 눈뜨지 마자 아침 챙기기를 시작으로 오전간식 두 번, 점심, 오후간식 두 번, 저녁 총 7번을 챙겨주며 중간중간 다음에 먹을 음식을 계속 만들었다. 처음 해보는 게 많아 순서도 모르고 방법도 서툴러 인터넷 검색하거나 영상을 보니 속도가 날 리가 없다.
방학한 아들과 졸업한 딸의 밥도 챙겨야 했다. 남편부터 운동하는 아들 세끼 밥 차리고, 간식 챙겨주며 싱크대에 붙어 있던 어느 날, 딸이 갑자기 저녁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섰다. 아주 가끔 자기가 먹은 것만 하던 아이였는데 엄마가 안쓰러웠나 보다.
다행히도 남편은 유아식같은 환자식을 여러 번 꼭꼭 씹어 잘 소화시키고 있다. 수술 후 아직 소화로 힘들어한 적은 없었고 체중도 급격히 빠지지는 않고 있다. 수술전에도 뭐든 잘 먹어서 참 고맙다.
15년 전 언니는 위암 수술받은 형부를 위해 5년간 도시락을 쌌다.
나도 할 수 있을까?
다음 달부터 출근하는 남편에게 뭘 해줘야 하나?
걱정과 고민이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