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아이에서 벗어나다

사실 아들은 안 느렸다

by LYR

아들이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것은 수영이다.

아들은 오늘도 기록을 줄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영을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축구하다, 놀이터에서 놀다 부러지고 다치는 것에 질려버려 수영을 시켰다.

초 1 여름방학부터 1년은 주 3회, 그 후 1년은 집중적으로 수영을 배웠고 종종 대회도 나갔다.

개인 레슨도 받으며 수영 실력을 키웠다.


그러다가 좀 더 전문적으로 수영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선수반이라는 특수반에서 수영을 했다.

그 당시에는 자세를 교정하고 스타트와 풀립턴을 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선수반에 들어가라고 아들을 설득했었다.


걱정이 유독 많은 아들은 '자세가 좋아지고 기록도 더 줄일 수 있겠지만 무서운 코치님과 강도 높은 훈련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머뭇머뭇했다.


머뭇거리는 아들은 엄마의 손에 끌려 선수반을 시작했고, 힘든 훈련에 적응하느라 많이 아팠다.

훈련 중간에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기도 하고 구내염, 독감을 앓으며

몸은 앙상해졌고 면역력이 떨어져 없던 아토피도 갑자기 생겨 늘 몸을 글적글적 긁어댔다.


그런 아들의 모습에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몰려와

힘들면 관두자고 했더니 힘들지만 계속 수영을 하고 싶다 했다.

엄마의 의지로 시작한 수영이었지만 아들은 어느 순간 누구보다 수영에 진심이었고

마이클 팰프스와 박태환 선수 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수영 선수'가 꿈이 되어 있었다.


서울시 내 구 대회는 나가면 적게는 2개, 많게는 계영 포함 5개까지 메달을 땄고

메달이 쌓여가는 만큼 아들의 자신감도 올라갔다.

노력한 만큼 그대로 성과가 나오니 수영이 좋았던 것 같다.




유치원 때부터 아들에게 한글을 가르쳤고, 책 읽어주기도 쉼 없이 했지만

한글을 익히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모든 게 빨랐던 딸과 달리 아들은 한글 익히는 게 더뎠고 힘겨워했다.

5~6세까지는 행동발달이나 인지면에서도 빨라 유치원에서 늘 시범을 보이고 친구들을 도와주던 아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게 느린 아이가 돼버렸고 그런 느린 아들을 키우는 엄마는 속이 탔다.


수학과 영어를 초등 입학 후 시작해, 여기 학군지에서는 빨리 시작한 아이들과는 차이가 엄청났다.

한글, 영어,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빠른 아이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곱 살 때 혼자만 한글을 못 읽었던 아이는 조금씩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다.


속이 탔던 엄마는 다섯 살 때 한글을 읽었던 누나에 비해 한참 느렸던 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아이를 다그쳤다.

초등 입학 후 영어와 수학 때문에는 많이 다투기도 했고 가끔 아들을 울리기도 했다.


사실 아들은 안 느렸다.

피아노, 축구, 미술을 잘했고 즐겁게 했다.

한글을 가장 어려워했을 뿐, 초등 입학 전에는 어떤 학원도 안 다녀 다른 애들과 차이가 났을 뿐.

느린 게 아니었다.


수영은 영어나 수학에 비해 선행이랄 게 없었기에

아들의 실력은 하면 하는 만큼 쑤~욱 쑤~욱 늘었다.

팔다리가 길어 수영에 유리했고 다른 운동에 비해 안 다치는 수영이 아들에게도 좋았던지 재밌어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이는 '수영 잘하는 애'가 되어 있었다.


실력이 느는 것도 느는 것이지만

대회에 나가서 그 떨리는 마음을 이겨내고 모두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치열하게 물살을 가르며 우승을 맛봤던 아이는 몸도 마음도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정신력, 체력, 끈기, 집중력이 수영을 하며 매일매일 조금씩 길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아들은 수영할 때의 집중력으로 수학도 영어도, 피아노도 꾸준히 너무나 잘해나가고 있다.

수학이나 영어보다 수영에 집중한다고 걱정하던 수학선생님도 더 이상 아들을 걱정하지 않는다.

수영을 해서 집중력과 책임감이 강하다고, 그래서 수학도 잘한다고 아들을 진심으로 응원해 준다


이런 아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딸과 아들 통틀어 지금까지 들인 모든 사교육비 중에서 아깝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게 수영이다.'

'최고의 가성비 갑! 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