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소고기 굽는 엄마

개구리즙까지는 좀...

by LYR

수영하는 아들은 체력이 약한 편이다.


지난해 12월 대회 직전 열감기를 한번 앓고

올 1월 초에 장염, 독감, 배탈로 3주 연속 병원을 다니며 황금 같은 방학을 거의 누워서 보냈다.

앓고 난 후 또 살이 쏙 빠져 얼굴이 더 작아졌다.


애기 때부터 자주 아팠던 아이라 운동을 꾸준히 해 더 건강해졌음 하는 바람으로 수영을 시킨 건데

왜 아플까?

운동을 몇 년 더 시켜야 하는 걸까? 아님 운동을 너무 많이 시킨 걸까?


코치는 아들이 체중을 늘려야 한다고 볼 때마다 많이 먹으라고 말라서 뒷심이 약하다고 걱정이다.

친정과 시댁 어른들은 너무 운동을 많이 하는 거 아니냐며 수영을 관두라고 하신다.

선수반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보기 좋았는데 지금은 마르긴 했다.

선수반을 하고부터 하루 네 끼를 먹고 간식을 꾸준히 챙겨 먹이고 있지만 살은 찌지 않는다.

'영양제나 홍삼 말고 보양식을 먹여야 하나?'


선수반에서 운동을 한다는 건 많은 공이 들어간다.

옆에서 보면 그렇게 까지 하면서 수영을 시킬 일인가 싶기도 할 것이다.


대회 일정이 정해지면 몸에 좋은 걸 먹여서 체력을 높이고 훈련의 강도와 시간도 늘린다.

힘든 훈련을 이겨내야 하는 아이를 위해 홍삼, 녹용은 기본이고 장어즙에 개구리즙도 먹이는 부모도 있다.


난 아들을 위해 1년 반동안 소고기를 구웠다.

소고기를 사기 위해 자주 대형 할인마트를 갔고 소분한 고기를 내동실에 넣어두고 매일 소고기를 구웠다.

한우가 아니라도 비용이 만만찮았다.

산 게 몇 개 안 돼도 결제를 할 때쯤이면 항상 놀란다.


돈도 돈이지만 매일 소고기를 굽는 건 신경이 꽤나 쓰이는 일이다.

소고기가 안 떨어지게 냉동실에 채워두고

매일 전날 해동시킨 후 아들이 수영 가기 전 1~2시간 전에 구워준다.

일을 하다가도 수영 갈 시간에 맞춰 집으로 와서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소고기를 구웠다.

아들은 다행히도 매번 구운 소고기를 잘 먹었다.

이걸 먹어야 체력도 좋아지고 키도 쑥쑥 큰다고 말한 이후로

수영에 진심인 아들은 수영 가지전 먼저 고기를 구워달라고 한다.


불고기, 장조림, 육전으로도 소고기를 챙겨주고 소고기를 끼니때마다 준 적도 많다.

물론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도 돌아가면서 먹인다.


하지만 엄청 말랐던 조카가 소고기를 많이 먹고 키가 많이 컸다고 맹신하게 된 후 소고기를 매일 먹였다.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미디엄 웰던으로 굽고,

방울토마토나 파프리카도 함께 구워 소금과 후추만 뿌린 후

탄수화물 섭취를 위해 밥도 추가해서 한 끼를 차려준다.

그러면 소고기 냄새가 온 집안에 한가득이다.

아빠는 우리 집에서 좋은 거 가장 많이 먹는 사람은 아들이라고

고소한 소고기 냄새를 맡으며 가끔 아들의 고기를 한점 짚어 먹는다.

소고기에 참 한결같은 동생을 보며 누나는 질리지도 않냐며 신기해한다.


내가 이젠 소고기 굽는 게 질린다.

시간 맞춰 굽는 것도 소고기가 안 떨어지게 채워두는 것도 신경게 힘들다.


이렇게 잘 먹이면 차곡차곡 쌓여서 어른이 되면 더 건강해진다고 하는데,

다 필요 없고 난 지금이 중요하다.

아들이 안 아프고 크길 바란다.

꼬박 11년을 키우면서 병원 투어는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체온계로 열을 제는 것도 수백 번을 한 것 같다.


한방에 체력이 올라오게 개구리즙을 먹여야 하나?

더 이상 소고기 굽기는 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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