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의지만큼 중요한 부모의 결심
"이제 곧 5학년인데 공부 안 시키고 왜 수영을 시켜요?"
아들이 수영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게 궁금한 주위 사람들이 많다.
아들은 선수반에서 매일 2시간씩 많게는 3시간씩 훈련을 한다.
선수반의 훈련은 일반 강습 강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다.
힘든 훈련을 견디며 아이는 기록이 줄고 대회에서 메달을 연이어 따며 수영의 맛을 알아버렸다.
수영의 황제 마이클 펠프스처럼 신기록을 세우는 게 열한 살 아들의 꿈이다.
구 대회부터 시 대회까지 일 년에 여러 번 대회를 나갔다.
이제 5학년이 되는 아들은 내년에 공식 선수로 등록하고, 소년체전을 목표로 수영을 하고 있다.
엄마의 마음으로는 아들의 한계와 능력치가 어디까지 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최대치까지 시켜보고 싶다.
못하면 안 시킬 것 같은데 곧잘 하니 지금까지 들인 노력을 생각하면 관두기가 아깝다.
예체능에서 곧잘 하는 게 가장 무서운 거고, 그리고 섣불리 선수의 길을 선택하면 안 된다고 누군가 나에게 말해줬던 기억이 난다.
선수반 부모들 그룹에서는 아들을 선수로 등록하라고 권유한다.
"왜 선수등록 안 해요? 올해부터 준비해서 내년에 소체(소년체전)에서 메달 따야죠~"
그렇다.
칼을 뽑았으니 무든 뭐든 잘라야 하는 게 맞다.
수영을 시작한 지 총 3년 반,
선수반에서 본격적으로 훈련한 지는 1년 반이 되었다.
많은 시간을 수영에 투자한 이상 공식선수로 소체는 한번 나가봐야 하지 않을까?
내년 5월에 개최되는 소년체전에 나간다고 결정했다면
겨울방학 이맘때는 인생에서 최고의 도전을 위해 더 강도 높은 훈련을 할 것이다.
사실 아들은 무척 성실하고 끈기도 있어서 강도가 센 훈련도 이겨낼 것 같다.
물론 엄마한테 우는 소리를 해가며 조금은 힘겹게 말이다.
하지만 엄마가 준비가 안 됐다.
2년 넘게 서울시의 여러 구를 돌아다니며 구대회를
가깝게는 경기도 멀리는 춘천, 김천에서 열리는 전국 대회를 나갔었다.
대회 전에 아들이 자주 아파서 그런 아들의 컨디션을 체크하며 주위를 정리하고 대회에 집중시켜야 했다.
대회 앞뒤 학원 스케줄 조정, 컨디션 관리, 수영장비, 식단, 영양제, 교통, 숙박 등등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회가 끝나면 뛰지도 않은 내가 종종 병이 났다.
단 하루 하는 마스터즈 대회도 쉽지 않은데 며칠 씩 하는 등록 선수 대회는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하고
생각만 해도 버겁다.
아이가 선수가 되면 부모는 선수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
김연아, 박지성, 손흥민, 박세리 선수의 부모를 보면 안다.
선수만큼 참고 견뎌야 하는 사람이 그들의 부모이다.
국가대표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여기 선수반 엄마들의 열정도 만만찮다.
"저기 엄마들처럼 내가 할 수 있을까?"
저학년인데 저렇게까지 강도 높게 훈련을 시켜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그걸 해내는 아이들의 열정, 그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는 부모들의 지극정성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 옆에 있으면 어느 순간 우리 부부는 너무 무관심한 부모, 아이에게 투자하지 않는 부모가 돼 버린다.
선수반에 갈 때부터 그랬고 지금도 아들을 선수로 키우겠다는 마음이 있는 건 아니다.
모든 예체능이 그렇듯이 타고난 재능으로 무장한 넘사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예체능은 좀 한다고 시키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수영선수가 꿈이라는 아들이 어떻게 자랄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공부가 차라리 수영보다 안 힘들다고 수영을 관둘 수도 있겠고
공부는 손 놓고 수영만 한다고 떼를 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언제, 어떤 대회를 나갈지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건 엄마의 몫이었다.
아직은 엄마한테 의지하는, 엄마바라기 꼬맹이라 엄마가 많은 것을 결정한다.
이제 곧 5학년이 되고, 선수등록을 하게 될 6학년이 되면 아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 힘든 훈련은 누가 시켜서는 절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영을 정말 좋아하고 재능도 있는 아이에게 기회를 줘야 할 것 같고
그렇다고 넘사벽 수영 영재들과 경쟁하기 위해 수영에만 올인하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들고
5학년인데 수영보다는 공부를 더 많이 시켜야 할 것 같고...
오늘도 엄마는 같은 고민을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