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부 표창 20년, 박제된 문장들이 현실이 되었다
"그게 되겠어?"
2004년, 대한민국에 기업부설연구소 1만 개 시대가 열렸다. 이를 기념하는 중소기업 정부 포상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묘한 확신이 들었다. 이 포상에 도전해 보자. 우리 회사의 기술력과 대표님의 경영 철학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표님과 임원들은 우려의 눈빛으로 말했다. '과연 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되겠느냐'라고. 나는 망설임 없이 첫 공적조서를 써 내려갔다.
공적조서란 포상 대상자의 인적사항부터 학력, 경력, 주요 업적까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심사 기관에 제출하는 공식 문서다. 기업 포상의 경우 대표이사가 수상자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 이면에는 회사 전체의 역량과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속 정보부터 기술개발 실적, 리더십까지. 낱낱이 기록한 서류를 들고 관공서의 문을 두드렸다.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 회사는 과학기술부 장관 표창 대상자로 선정되었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임원들과 대표님의 사모님까지 참석해 기쁨을 나누었다.
"그게 되겠어?"
그 의구심을 실력으로 증명해 낸, 조용하지만 단단한 첫 번째 확신이었다.
그간 차근차근 준비해 온 이노비즈(Inno-Biz) 인증과 벤처기업 확인서가 이번 포상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외부 기관이 먼저 기술력을 공식 인정했다는 사실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심사위원 입장에서 '이미 검증된 회사'라는 신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었을 테니까. 기술력을 증명하기 위해 준비한 서류들이 책상 위를 가득 채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 장관 표창은 시작에 불과했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대표이사 표창(2005),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표창(2006, 2010), 중소기업청장 표창(2011, 2016), 경기도지사 표창(2014), 착한 기업상(2018), 경기도의회 표창(2022). 지난 20여 년간 우리 회사의 이름을 남긴 기록들이다.
이 긴 목록은 단순히 종이 한 장의 기록이 아니다. 공적조서의 변천사를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산업의 흐름이 고스란히 읽힌다. 2000년대 초반은 IT 벤처 생태계의 태동과 기술 혁신이 핵심이었다면, 2010년대는 조직의 안정성과 경영 혁신이 주된 평가 지표였다.
최근인 2020년대에 들어서자 요구되는 가치는 더욱 확장되었다. 이제는 기술력을 넘어 사회공헌, 노사화합, 지역사회 기여도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자리 잡는 것 같았다. 현지조사를 통해 경영자의 성품과 지역 여론까지 확인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직접 경험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얼마나 엄중해졌는지를 실감했다.
여기에 산업안전 및 보건 관리가 중요한 공적 지표로 부상하고 있는 것 같다.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와 ESG 경영의 확산으로 인해,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는 시스템을 갖추었는지가 기업 평가의 중요한 잣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실감한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대표님의 모습이다. 대표님은 마치 공적조서에 박제된 그 문구들을 실현하려는 분처럼 경영을 해 나가신다. 인자하고 덕망 높은 본연의 성품이 공적조서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기록들이 대표님의 경영 가이드라인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공적조서 속의 가치들이 우리 회사의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긴 시간, 다양한 관공서를 상대로 우리 회사의 가치를 설득해 왔다. 공적조서를 작성하는 일은 단순히 과거의 업적을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할 좌표를 설정하고, 그 가치를 사회적으로 공인받는 경영 활동이었다. 20여 년의 세월이 담긴 이 표창 리스트를 보며, 기록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