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당신의 해고를

자본은 숫자로 말하고, 숫자는 때로 인격을 지운다

by O Dan o

오늘, 이웃 회사에서 중간 관리자로 일하던 차장 한 분이 인사를 왔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책상을 지키던 그녀는 단 일주일 만에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실적이 나빠지자 주주들이 움직였고, 대표이사가 교체되더니 곧장 인력 감축의 칼바람이 불었다. 그 회사의 CFO조차 명단에 올랐다고 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새로운 인물이 오면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 자본의 생리다. 숫자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나는 그 냉혹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묻는 그녀를 보며 나는 잠시 갈등했다. CFO의 차가운 이성과 선배의 뜨거운 마음 사이에서. 그리고 입을 뗐다.


"축하합니다, 차장님."


뜻밖의 말에 놀란 그녀에게 덧붙였다. 여기서 더 시간을 낭비하며 마음을 다치는 것보다, 지금 이 시점에 나가는 것이 미래를 위한 기회일 수 있다고. 영업 현장에서 다져온 인맥과 비즈니스를 읽는 눈이 있다면, 이제는 누군가의 직원이 아닌 자기 이름을 건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다고.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여성기업 인증부터 받아보라고 했다. 정책 지원이 생각보다 두텁다고.


그녀를 보내고 다시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잠깐, 나 자신을 봤다.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설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평소에 유대관계가 거의 없다가, 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도움을 청해온 사람들. 그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 일은 모른다. 나도 그럴 수 있다. 인연은 돌고 도는 것이니 함께 있을 때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늘 생각하지만, 막상 그렇게 되지 않는다. 후회하고 자책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그러니까 인간이겠지 싶다.


M&A 이후 실적에 집착하며 리스크 관리에 대한 나의 고군분투도, 어쩌면 저 칼바람으로부터 동료들을 지키기 위한 방어전이었음을 다시 깨달았다. 주주도 아니고 주식 한 주 없으면서도 올 연말 실적에 목을 매는 이유는, 오늘 그 차장의 얼굴을 내 동료들에게서는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은 숫자로 말하고, 숫자는 때로 인격을 지운다. 그 냉혹한 문법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계산기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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