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5월 미국 박사를 졸업하고 바로 백수가 됐다.
보통 사람들은 박사 졸업 최소 6개월 전부터 일자리를 알아본다. 하지만 5월에 졸업할 수 있을 거란 실낱의 희망도 없었기에 난 졸업논문에만 매달렸다. 그래서 백수가 됐다.
이런 나를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실력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생각하며 난 한 없이 초라해지고 초조해졌다. 정작 다른 사람들은 본인 인생 사느라 바빠 내 인생 생각할 겨를 조차 없는데...
다행히 졸업 후 바로 단기 일자리를 구했다. 뉴욕주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남편 월급하나로 살기엔 버겁기에 돈을 벌어야 했다. 시급 16달러 받으며 초등학교 선생님을 도와주는 인턴. 한국 중학교에서 교사로 생활할 때 가르치는 게 그렇게 힘들었지만, 이 인턴일은 시간만 때우면 되는 일로 누워서 떡먹기다. 직장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전혀 없지만, 내가 나 자신을 깔보는 마음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한다.
나 자신을 토닥여주는 일이 쉽지 않다. 박사 졸업하고 나서 백수여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진심은 괜찮지 않다. 박사 따고 나서 시급 받고 일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입도 뻥긋하기 싫다.
하루 6시간 학교 인턴일을 끝내고 오면 여기저기 이력서를 낸다. 아직까지 인터뷰 요청을 한 번도 못 받았다. 이력서를 본격적으로 보내기 시작한 것은 7월 초. 인터뷰 요청을 받기엔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인터뷰하지 않을 거란 걱정 때문에 더 초조해진다.
사람들은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
미국에서 박사를 시작한 이유는 미국에 살고 있는 남편 리치와 함께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매달 아파트 렌트비와 생활비를 충당할 만한 돈만 있으면 리치와 함께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박사를 하며 연봉 약 2천만 원 정도 되는 돈을 받고 조교로 일했다. 박사 졸업 후에는 시급 받는 사람이 됐다. 졸업하자 오히려 감봉 됐다.
박사 학위로 돈 버는 게 더 어려운 건가...
그래도... 시급 받고 일해도 리치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일. 리치와 같이 사는 일.
리치와 같이 살 수만 있다면 시급 받는 박사가 되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