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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Aug 30. 2023

김리


김리*          




이연수





기린의 키에 대한 서사다      


기린의 긴 다리와 거리가 먼 큰 키와 상관없는 동안

기린 한쌍이 나란히 걸어간다

긴 다리이거나 짧은 다리이거나 기린은 여전한 기린이라는 것이다 

다리가 짧은 김리*와 목과 다리가 짧은 기린은

기린 키의 길이와 상관없다     


기린 한 쌍이 걸어다니고 갈증으로 기린의 궁금증은 목이 자꾸 자란다      


야생을 버무려 그로테스크한 기린은 

바오밥나무와 내통해도 내려갈 바닥이 없다

야생에서 공중돌기를 꿈꾸거나 바닥을 치고 도망칠 수 있다면

짧은 다리가 비교적 쉽게 다뤄진다는 것이다     


야생은 위험하다고 아빠가 귓속말로 알려주면

짧은 다리는 여전하고 도망을 준비중이다      


초원에서 기우뚱한 잠을 자는 날이 많아지면

나이가 더해가고 서걱거리는 눈꺼풀이 야생과 내통하려고 하거나 

삶이 바닥을 쳐도 더 이상 바닥이 없다는 동안 

긴 다리와는 거리가 먼 시간이다     


짧은 다리가 길이를 기웃거리고 

야생 밖으로 커져가는 기린은 키를 재보지 못하고

벌어진 짧은 목과 다리 사이      


시작과 끝을 벗어나고 싶은 야생은

그로테스크한 기린과 김리로 

오늘을 키워간다               



*김리 : 반지의 제왕의 등장인물로 나오는 난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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