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반나절 남았다.
하루 24시간씩 365일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었다.
이제 밥 한 끼 따뜻하게 차려먹을 시간만이 남아있다.
올해의 마지막 끼니로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돼지갈비를 하고 있다.
한 시간 전부터 보글보글 단내를 풍기며 열심히 익어가고 있는 돼지갈비.
달달 짭조름하고 부드럽게 물러지면 아삭한 오이를 매콤하게 무쳐 함께 먹을 생각이다.
아직은 한창 오후 시간이지만 깊어진 추위에 옹색해진 햇살이 주춤하며 물러나 앉아 있다.
12월의 냉기가 싸늘하다.
가끔 산책길에서 만나는 길고양이도 털옷은 입었지만, 방금 주차한 차의 따뜻한 보닛을 찾는지 앙상하고 분주해 보인다.
음력 섣달그믐날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내일부터 새로운 달력을 본다는 생각에 마음이 싱숭하다. 올 한 해는 감사하게도 평화로운 휴식과 안락의 해였다.
주민등록증을 받고 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무료의 시간들이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몸에 익어버렸고, 편안함을 즐기게 되었다.
나에겐 꿈이 없다.
새로운 목표도 없다.
소소한 기분 좋은 일로 하루를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무위도식하며, 사브작사브작 발 끝에 부딪히는 지나간 계절의 낙엽과 인사 나누며 산책을 즐기고 싶다. 꿈을 찾거나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보고 싶은 책을 펼쳐 들고 얼마간은 보다 얼마간은 졸다를 반복하겠지.
나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가길 바란다.
다 늦은 저녁에 좋아하는 쇼생크탈출을 틀어놓고 함께 늙어가는 남편과 시원한 맥주에 치킨 몇 조각을 뜯는다.
나에겐 꿈이 없다.
이루고 싶은 목표를 놓은 지 오래다.
무사한 오늘이 감사할 뿐이다.
한참을 끓던 돼지갈비가 부드럽게 익었다.
올 해의 마지막 밥상을 차린다.
아! 이런 밥 하는 걸 깜빡 잊었다.
마지막날 햇반을 먹어야 하다니..
전자레인지 2분..... “띵”
“앗 뜨거!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