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초를 위하여

by 여름나무

누워있다.

맑게 개인 하늘이 안방 유리창을 두드린다.

오늘은 일요일.

평소보다 늦게 눈이 떠졌다.

간밤에 깨지도 않고 내쳐 잠을 잤나 보다.

한참을 이불속에서 뒤척이다 한쪽발만 빼꼼히 내밀어져 있다.


당장 진눈깨비가 날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은 우중충한 날씨다.

20대까지도 집 앞 플라타너스 이파리가 나뒹구는 걸 보기만 해도 경탄하며 까르르거렸다.

지금은 온통 세상의 색이 바뀌는 정도쯤은 되어야 자연의 신비로움을 인정하는, 말캉거리는 정서가 부족한 퍼석한 나이가 되었나 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게 되면 그마저도 없어지고 무감각한 쪼글거리는 노인네로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문득 걱정이 앞선다.

하기사 예전에 엄마는 "나이만 든 거야~젊은 사람들하고 마음은 똑같아!"라고 노구가 된 스스로를 위로하셨다.


나도 이제 곧 60이 된다.

아쉽게도 30대와 40대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그냥 무지 바빴다는 정도로만 기억된다.

50대가 된 지금은 그동안 피폐해진 내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 쓰고 있다.

다가올 60대와 70대를 겁먹지 말고 잘 받아들이고 싶다.

너무 많은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


인생 짧다더니.

너무 짧다.

나만 3센티 정도로 짧은 인생을 받은 거 같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분명 중1 늦가을 어느 날 일요일 아침이다.

엄마의 빨리 일어나라는 소리가 부엌의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듯하다.

'모지?'

나는 순식간 누운 채로 40년이 흘러버렸다.

인생의 시간은 이렇게 찰나여라.


75분의 1초라는 찰나라도 잡기 위해 일어나 씻어야겠다.

지금은 내 인생에 다시 못 올 시간들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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