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by 여름나무

일요일이다.
거실 창밖 두툼한 난간 위에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간밤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나 보다.

딸랑거리는 풍경 소리와 함께 오래된 현관문이 열렸다.
잠시 뒤 찬 공기와 함께 중문이 열린다.
“읏, 춥다.”
남편이 잠결에 얇게 입고 담배를 피우러 나갔었나 보다.
쌤통이다.

못 들은 척하며 나는 난간의 흰 눈과 인사를 나눈다.

조금은 이르지만 이렇게 몇 번 흰 눈이 오락가락하면
아파트 담장의 철없는 개나리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 것이다.
그다음에는 고운 척하며
적당히 촌스러운 색의 옷을 입은 연산홍이 화단을 채우고,
강단 있는 민들레도 질세라 땅을 뚫고 군락을 이루겠지.

이런 생각 끝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생의 흐름이
오늘은 유난히 다정하게 느껴진다.


냉장고에서 어제 끓여 둔 콩나물국을 꺼낸다.
아침상에는 콩나물국과 달걀찜, 그리고 새로 버무린 겉절이가 오른다.

자연의 섭리대로 햇님은
난간의 눈을 어느새 녹이고 있다.
앞산에 흩뿌려진 눈들도
차례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너도 춥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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