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샷!

by 여름나무

남편은 프로 골퍼다.

아쉽게도 폼만 프로 뺨치게 멋지다.

36세에 일찌감치 골프를 시작했다.


급은 아니었지만 초록색의 캐디백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남편이 골프 연습장에 갈 때면 나는 기분이 좋았다.

우리 생활이 좀 더 여유로워 졌다는 기분도 들었고, 재밌어하는 남편을 볼 때마다 어린 아들 같은 느낌에 흐뭇했었다.

처음 머리 올리는 날.

내 가슴이 콩콩거리며 긴장되었다.

빨갛게 익어온 팔과 목이 그날의 험난한 여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십여 년 전, 친구 부부와 강원도에 여행을 갔었다.

꽤나 좋은 리조트에 짐을 풀었다.

남편들은 야외 골프 연습장에서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양 디립다 공을 때렸다.

우리는 잔디에 놓인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떠느라 노을이 한참인 것도 몰랐다.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맛난 한우를 지글지글 구워 먹으며, 남편들의 골프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우리 신랑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필드만 나가면 2등 안 해!”

친구의 말이 얄밉게 들렸다.

나는 아니꼬운 마음에 ‘그럼 뭐 3,4등 하시나?’

‘내가 알기로는 시작한 지 십 년이 넘었다고 들었는데 무슨 자랑을 저렇게 맥락 없이 하지?’ 속으로는 비꼬며, 겉으로는 웃어주었다.

운동에 커다란 재주가 있었으면, 운동선수를 했겠지.

남편은 내가 속상하면 잘 토닥여주고, 힘든 일을 잘 처리해 주고, 불면증의 아내를 위해 잠들 때까지 등을 문질러준다.

골프 잘 치고 뺀질뺀질한 누구네 남편보다 훨씬 멋지다. 칫!


지난주 토요일.

남편이 절뚝거리며 들어왔다.

골프 연습을 하다가 발목을 다쳤다.

‘으휴, 얼마나 아플까?’

스팀 타올을 만들어 찜질하는 내내 찍어온 동영상을 함께 보며

“폼 많이 좋아졌지?”

“우와! 정말 멋지다!

동영상을 보느라 발목이 벌겋게 익어가는 줄도 몰랐다.

일곱 살 아들을 태권도 학원에 보낸 기분이 이런 건가?ㅎㅎ


내일이면 연휴가 끝난다.

아무래도 살살 달래서 침을 맞게 해야겠다.

빨리 나아야 좋아하는 골프도 오래 칠 수 있지.

자기 폼이 정말 예술이야.

타이거 우즈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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