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보다 어려운 내 마음

by 푸르른 나

미국에 온 지 벌써 3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학교는 5주 차부터 나가는 일정이어서 그전까지는 도서관에 가서 영어공부를 하거나 혼자 맨해튼에 나가서 놀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다.


공부도 공부지만 뉴욕이라는 곳에 왔는데 막상 공부만 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노는 거에만 치중을 두고 홀로 맨해튼에 나가서 놀거나 OTT를 보는 시간이 많아지니 갑작스럽게 현타가 왔다.


영어공부를 하러 뉴욕에 간 것이지만 그동안의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어서 간 것이기도 한 거기에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가 혼란스러웠다.


사실 영어공부를 해도 막상 달라지지 않는 내 모습에 좌절을 느낀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렇게 좌절을 하고 있을 때쯤에 이모와 이모부께서는 영어는 직접 실생활에서 사용하며 틀리기도 해 보면서 느는 것이라고 하셨다.


나도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말이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리스트를 만들었다.


1. 혼자 스타벅스에 가서 주문해 보기


2. 옷가게에 가서 옷 계산해 보기


일단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은 위의 두 가지라고 생각했다.


난 미국에 살아본 경험도 없고 위의 상황들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처음 경험해 볼 줄은 몰랐기에 긴장이 많이 됐었다.


웃길법하지만 나는 네이버와 인스타에서 ”미국 스벅에서 영어로 음료 주문하는 방법, 옷가게에서 영어로 옷 착용 물어보는 방법“ 등을 찾아봤다.


그냥 가서 먹고 싶은 음료 이름만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미국에서 오래 살아본 것처럼 주문을 해보고 싶었다.


이윽고 나는 스타벅스에 가서 주문을 시도했다.


나: Can i have a tall iced black tea?

직원분: For here or to go?

나: To go please

직원분: What’s a good name for your

order?

나: kelly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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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스타벅스에서 주문을 할 때 이름을 물어본다.


난 영어이름을 kelly라고 말했지만 내 발음이 헷갈렸는지 직원분이 candy라고 적어놓은 컵을 주셨다.


덕분에 웃음을 머금은 채로 스타벅스를 떠날 수 있었다.


그다음은 ’ 옷 가게에서 옷 계산해 보기‘ 였다.


미국에 있을 무렵 내가 좋아했던 브랜드는 ZARA, H&M, 나이키, 유니클로, coach 등이었다.


한국에서의 에이블리, 지그재그, 무신사 같이 옷가게를 모아놓은 어플들이 있는지 잘 몰랐기에 직접 옷가게에 가서 옷을 입어보고 쇼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옷 계산하기 미션을 할 곳은 바로 유니클로였다.


난 구경을 하던 도중 내 마음을 쏙 빼앗은 옷을 발견했고 (흰색 옷에 남색 스프라이트가 있는 옷이었고 배까지 슬림하게 내려오는 티셔츠),


피팅룸 앞에 있는 직원에게 영어로 “Can i try this on?”이라고 물었다.


직원은 “Of course!”라고 대답해 주셨다.


내 발음이 잘 안 들릴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통했다!


그렇게 옷 계산까지 잘 마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평소에도 사서 긴장을 하는 편인데 굳이 심각하게 생각하며 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외에서 모국어가 아닌 그 나라 언어로 생활을 한다는 건 내 말을 사람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긴장감이 드는 일이었다.


그래도 영어는 열심히 부딪히면서 말하고 듣고 배우면서 느는 거라고 자신감을 가지니 한결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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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 차-어학원을 다니게 되다>


드디어 5주 차 아침이 밝아왔다.


이모집에서 어학원을 가기 위해서는 Q15번 버스를 타고 플러싱까지 갔다가


7호선 지하철을 타고 33 Street-Rawson Street에서 내려서

내가 다니는 학교 부설 어학원인 라과디아로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총 1시간 30분 거리여서 난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아침 7시 30분에는 버스를 타러 나가야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갓생이었다. 험난하다고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매일 아침 드라마나 음악을 들으며 학교를 가던 나는 즐거웠다.


집에서만 할 거 없이 뒹굴기만 하는 것보단 몇십 배는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어학원에서는 나와 같은 레벨인 사람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한국인이 나뿐이어서 살짝 외롭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같은 학급인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처음 교실에 들어갔을 때 교수님이 인사를 해주셨고 같은 학급분들과 아이컨택을 했다.


내 또래인 얘들도 있었고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도 계셨다.


다들 뭔가 눈이 반짝여서 배움의 즐거움을 가지고 있나 싶었다.


내가 느낀 또래 얘들은 자신감을 태도에 장착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고 나 또한 기죽지 말자며 당당하게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다들 영어를 잘 못해서 배우러 왔기 때문에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기에.


대부분 에콰도르, 콜롬비아,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나머지는 중국인 분들이었고 한국인은 나뿐이었다.


남미분들은 모두 스페인어를 쓰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보였고 중국인 분들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스페인어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막상 실제로 들어보니까 말이 진짜 빨라서 놀랐다.


한국인이 나뿐이어서 긴장이 많이 되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을 했다.


나랑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이 없으니까 영어로만 열심히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는 과목으로는

writing, reading, listening, speaking 과목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학창 시절에 보통

reading&listening을 교육시키기 때문에 이 두 개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writingspeaking을 배우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자신이 없었다.


writing은 영작을 하는 수업이었는데 교수님께서 주제를 하나 정해주면 학생들이 거기에 맞추어서 편지&일기 등의 형태로 글을 쓰는 것이었다.


번역기 사용도 금지였기에 헷갈리는 건 교수님께 직접 물어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난 내가 아는 단어들과 문장 구조들을 쥐어짜며 매번 글을 작성했었고 글을 다 쓰고 나면 교수님께 검사를 받았다.


오답을 해주셔서 내가 어떤 부분이 틀렸고 어떤 부분이 맞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2개월 동안 일기 쓰기를 반복하다 보니 점점 실력이 향상되는 게 느껴졌다.


reading은 교재를 보면서 한 명씩 번갈아 가면서 글을 영어로 읽고

교수님이 정해주시는 파트너들과 함께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다들 영어가 잘 안 되어 스페인어를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교수님이 영어를 쓰라고 권장했기에 노력하는 게 보였다.


나도 대화를 하기 위해서 내가 아는 영어 단어들을 말하며 과제를 해결했다.


어느샌가 내가 영단어를 조합해서 영어로 대화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listening은 교수님이 교재에 있는 빈칸 채우기를 할 때 직접 영어로 읽어주셨고

빈 종이에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로 받아쓰기를 하며 진행이 되었다.


speaking은 grammar와 같이 진행을 했는데 수일치부터 해서 과거형, 현재형, 현재시제, 과거시제, 단수형, 복수형 등을 배웠던 거 같다.


어떨 때 어떤 형태가 사용되는지 알려주셔서 영작을 하거나 한국어를 영어로 바꾸어 말할 때 도움이 되었다.


각 나라별로 발음하기 힘든 알파벳도 알려주었는데 한국에서는 F와 P 발음을 헷갈려한다고 알려주셨다.


face라는 단어를 [뻬이스]라고 발음하는 대신 [페이스]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입모양에 따라 분류되는 단어들, 길이에 따라 분류되는 단어들도 배워볼 수 있어서 구체적으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6주 차-어학원 반이 바뀌었다>


어느 날 1교시 수업을 듣다가 교수님께서 이야기할 게 있다며 복도로 데리고 나갔다.


그러고는 나한테 “네가 writing과 reading 실력은 여기 반과 맞는데 speaking과 listening 실력은 여기 반에 비해 낮은 것 같아” 라며 말해주시면서 한 단계 레벨을 내려갈 것을 권해주셨다.


나도 스피킹과 리스닝 실력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레벨을 낮추어 주라고 했다.


이제 막 같은 반 외국인 분들과 친해지는 타이밍이어서 너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새로 바뀐 반으로 가니 대부분 친해져 있는 분위기였고 역시나 한국인은 나뿐이었다.


마음은 싱숭생숭해졌고 내가 잘 배워서 레벨테스트 점수를 잘 받고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치폴렛에 가서 샐러드를 먹었다:)
Hudson Yards-Vessel (허드슨 야드-베슬)
허드슨 야드 하이라인
멋드러진 노을
뉴욕 페리 안에서
뉴욕 리저브 로스터리 스벅
첼시마켓 팻말
멋진 건물들
어학원에서
내가 뉴욕에서 처음 먹은 과자
뉴욕 공립도서관
타임스퀘어
뉴욕 소호거리(옷가게를 들리며)
모마미술관 고층에서 찍은 풍경
뉴욕 록펠러 센터
성패트릭 대성당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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