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인 세상, 달라진 나

by 푸르른 나

[어학원에서 반 레벨이 달라졌다]


어학연수 레벨이 한 단계 낮아져서 반이 바뀐 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그랬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근거 있는 자신감보다 훨씬 강하다고.


나는 이 말은 지금까지도 내가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걸 주저하게 될 때마다 상기시킨다.


그러면 마법처럼 두려움은 도전심으로 바뀐다.

.

.

.

.


반이 바뀐 후, 어느 날 화장실에서 전에 같은 반이었던 외국인 분을 마주치게 되었는데 나에게 왜 반에 들어오지 않냐고 물어보셨다.


레벨이 한 단계 내려가 반이 바뀌었다고 하니 레벨이 떨어졌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더 잘하게 될 수 있는 계기라며 용기를 주는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낯선 외국에서 따뜻한 위로를 들었던 첫 번째 경험이어서 그런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다행히 새로 바뀐 반에서의 수업은 훨씬 알아듣기 쉬웠다.


스피킹&리스닝 레벨이 비슷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과제를 하게 되어서 한결 언어의 대한 부담감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종종 수업 중간중간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반의 인원 수가 2~3명 정도 늘어났고 새로운 얼굴이어도 반겨주는 분위기가 좋았다.


수업방식으로는 교수님들이 학생들이 영어로 많이 대답할 수 있게끔 질문을 많이 하셨고 가끔 노래도 틀어주며 같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때 불렀던 노래는 "Don't Worry, Be Happy"Bobby McFerrin이다.


가사 내용이 "Don't worry, be happy."(걱정하지 말고 행복하자).

"Ain't got no place to lay your head, somebody came and took your bed."(머물 곳도 없는데 누군가 잠자리까지 빼앗아도).

"The landlord say your rent is late, he may have to litigate."(집세가 밀려도 소송까지 해야 쫓아낼 수 있으니 걱정 말라).

여서 아무리 힘들어도 죽진 않으니 걱정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하나의 질문을 교수님이 칠판에 적어놓으면 학생들이 교실을 돌아다니며 최소 8~10명의 학생들의 답변을 얻어내야 하는 방식의 수업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를 해볼 수 있어서 실력이 금방 늘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난 낯가림이 좀 있는 편이지만 수업 때만큼은 자신 있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다음으로 가장 영어 실력을 올리는데 도움을 줬던 Writing수업에서는 매주마다 매일 영어로 적은 일기를 검사받고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확실히 내가 잘못 사용하고 있는 문법들을 체크해 주신 덕분에 틀린 문법들을 고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영어로 친구에게 편지 쓰기, 주말일정 소개하기 등의 주제로 글을 쓰는 과제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처음 반이 바뀔 때 했던 걱정들이 무색할 만큼 난 적응을 잘했고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


비록 여름방학 3개월간의 여정이었지만 스무 살의 뉴욕에서의 어학연수의 기억은 평생 갈 것 같다.


사용한 교재


수업들을때 필기한 내용!!


학교로 가는 길~


[내가 좋아했던 학교 도서관]


보통 수업이 3시에 끝났기 때문에 난 가끔 수업을 듣고 난 후 학교도서관에 많이 갔었다.


학교 도서관은 총 3층이었는데 입구로 들어가기 전 코너에는 간단하게 빵이나 음료수들을 파는 상점이 있었다.


입구로 들어가면 1층에는 각종 논문들이 일정한 간격의 책장 안에 잘 배열되어 있었고 더 안쪽에는 컴퓨터가 20대 이상 놓여있었다.


규모가 꽤 컸었기에 넓은 공간에 많은 서적들이 놓여있어서 볼만한 게 많았다.


2층으로 올라가면 알바펫 A-Z순과 장르별로 구역이 나누어져 책들과 자료들이 있었다.


난 간호학과여서 생물학(biology)과 해부학(anatomy) 책을 읽기 위해 A 구역과 B구역에 가보았다.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자료는 없었지만 내 키보다 높은 책선반과 그 사이의 공간마다 책상과 의자가 한 개씩 놓여있어서 조용히 혼자 공부할 수 있는 구조였다.


3층으로 올라가면 일반 스터디카페처럼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도 구역별로 넓게 구분되어 있어서 공부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가끔 공부가 싫을 땐 푹신하고 넓은 의자에 앉거나 누워서 에어팟을 끼고 한국 드라마를 봤었다.


오로지 내가 진짜 원하는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게 정말 좋았다.


학교도서관은 나에게 바쁘고 외로운 일상에서 힐링의 한 부분이었다.


책선반의 책들


디저트 만드는 방법이 나와있는 책!


[뉴욕의 지하철, 하교시간]


학교에서 집으로 다시 돌아갈 때는 똑같은 방법으로 지하철 역까지 걸어간 후, 지하철에서 7번 라인을 탔다가 버스로 환승하면 어느새 이모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버스&지하철을 탈 때는 항상 에어팟을 끼고 노래를 들으면서 미국 집들을 구경했다.


한국은 아파트가 많은 대신 미국은 마당이 있는 집이 많고 건축양식도 한국과 많이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수많은 집들을 보며 언젠간 나도 미국 간호사가 되어 마당이 있는 넓은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으셨다:) 잘부르셔서 놀랐다.
미국의 밤의 버스타기(조금 겁먹었다…)


[즉흥적인 일상의 묘미]


가끔 난 일상이 심심할 때 즉흥적으로 쇼핑을 하러 가거나 힐링을 하러 공원에 갔다.


어느 날, 수업이 3시에 끝났고 난 아무런 계획도 없이 학교 근처에서 버스를 탔다.


그러고는 무작정 내가 좋아했던 공원인

Littlebay Park에 갔다.


햇빛이 강렬한 여름이어서 날씨는 무척 더웠지만 큰 나무들이 고맙게도 그늘을 만들어줬다.


그 아래에서는 반려견과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는 사람도 있었고, 벤치에 앉아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다.


낚시를 하고, 러닝을 뛰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 등 다양한 모습들이 보였다.


나는 주로 공원벤치에 앉아 노래를 듣거나 책을 읽었다.


그 후엔 강과 강 사이에 놓인 커다란 돌다리로 걸어가 사진을 찍거나 물멍을 하거나 책을 읽곤 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이곳에 오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좋아했던 것들


여름날의 little bay park



가끔 공원이 아닌 맨해튼으로 나가서 센트럴파크 산책, 쇼핑, 인스타에서 알려진 디저트 가게들을 가기도 했다.


맨해튼은 관광지라 그런지 구경거리가 많기도 했고 도시 자체가 뭔지 모르게 에너지가 넘친다는 느낌이 있었다.


센트럴파크에서 책읽기


참새와 눈이 마주쳤다


센트럴파크의 강


해가 저물어 가는 센트럴파크


맨해튼 거리들
뉴욕 공립 도서관
맨해튼 곳곳

가장 좋았던 곳은 타임스퀘어와 소호였다. 타임스퀘어의 큰 전광판을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항목들 중 하나였는데 실제로 보니 기뻤다.


타임스퀘어에는 M&M 초콜릿가게, 뉴욕 기념품 가게들, 형형색색의 큰 전광판들 등이 있었다.


소호에는 Uniqlo, gap, 브렌디멜빌, alo 등 다양한 브랜드의 옷가게가 있었다.


나는 옷에 관심이 많아서 옷가게에 가는 걸 즐겼고 옷을 살 때마다 영어로 말을 해야 했던 게 모두 내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었다.


뉴욕에서 처음 어학원을 다니며 느꼈던 외로움들과 걱정들은 어느샌가 힐링과 모험심으로 인해 흩어져버렸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생각났고 돌아보면 모든 게 그대로인 세상 속에서 너무 복잡한 의미부여를 하며 살아가면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지금은 복잡한 의미부여를 전처럼 많이 하지 않게 되었고 단순하게 살아가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붕어빵 아이스크림, 완두콩 미트볼 스프, 연어베이글


미국 청설모



워싱턴 스퀘어 공원에서


미국 MOMA에서의 조각품과 경치


모마(현대 미술관) 옥상 전경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