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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이너 일상 Feb 05. 2023

노희경 작가처럼 일을 잘한다는 것

'기술'의 시대에서 '감각'의 시대로 <일을 잘한다는 것> 야마구치 슈


독후감을 써야한다..

지금 시각은 밤 11시. 독서모임 독후감을 제출해야하는 시간까지 약 1시간이 남았다. 일에 관련된 책인만큼 회사 경험과 엮어서 써봐야지 하고 방향을 잡아놓긴했다. 하지만 하얀 모니터 화면에는 ㅇㅇ두글자만 나타났다 사라졌다. 남은시간은  29분. 망했네.. 밑줄쳤던 책 본문 내용이나 나열해야하나, 하는 순간 날짜를 보니 오늘은 화요일이고 독후감 제출은 수요일이었다. 설날 연휴가 준 착각이었다. 안도감에 유튜브를 켰고 연관 영상으로 뜬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를 처음으로 봤다. 명작이라는 얘기만 들었지 실제 에피소드를 본 적은 처음이었다.


노희경작가님과 정은혜님


에피소드는 다운증후군 장애인 역할의 정은혜씨가 출연한 내용이었는데,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장애 연기를 장애인이 직접 하는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었다고한다. 노희경 작가는 고민끝에 작품을 위해 드라마 촬영 전 1년 정도 정은혜씨와 소통했고 이제는 작업이 가능할 것 같다는 확신이 선 다음에야 대본 집필에 들어갔다고한다. 과연 내가 회사 일로 드라마 제작을 했다면 노희경 작가처럼 준비했었을까? 대본 따로, 섭외 따로하고 카메라 감독 섭외 따로 하고 알아서 찍고 편집해주세요~ 하지 않았었을까? 글쎄 모르겠다.


효용의 시대가 가고, 의미의 시대가 왔다.

감각의 시대가 온다


노희경 작가처럼 감각적으로 일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야마구치 슈의 <일을 잘한다는 것>을 들춰봤다. 인간의 능력을 둘러싸고 기술은 감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취급되어왔다. 동시에 과학적인 분석이 예술적인 직관보다 일상생활을 넘어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는 어떨까? 과연 기술적 역량을 쌓은 사람이 더 많은 성과를 낼까?



스포츠형 비즈니스 vs 예술형 비즈니스


스포스에서는 승부의 기준이 사전에 규칙으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이기면 누군가는 지게 되어있다. 하지만 본래 비즈니스란 각자 전략을 세워 서로 차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 업계에서 복수의 승자가 나올 수 있다. 종전 후 경제 고도성장기에 눈부신 발전을 이룬 일본기업들은 스포츠형 경쟁 분야에서 성장해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그것은 당시 시대에 기인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일본의 가전회사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우리는 선택을 해야한다. 스포츠형 비즈니스의 테두리 안에서 쳇바퀴를 돌릴 것인가, 아니면 스토리가 전략이 되는 예술형 비즈니스로 경합을 피하고 각각의 영역에서 공존할 수 있는 세계로 갈 것인가?

ex) 자라도, 유니클로도 모두 다른 컨셉으로서의 승자이다.


NBA의 살아있는 전설. 야마모토 마사. 출처 네이버블로그


일하는 순서가 예술이다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 팀의 투수였던 야마모토 마사 선수의 직구 최고 속도는 고작 시속 135km로 프로 무대에 서기 어려운 속도였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은 하나같이 야마모토의볼을 더 빠르게 느꼈다고 한다. 즉 '빠른 볼'을 던지는 사람이 프로가 아니라, '빠르게 보이는 볼'을 던지는 사람이 진짜 프로이다.

투수의 전략이란 여러 공을 조합해서 던지는 형태이다. 즉 조합의 문제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바깥쪽으로 휘는 슬로 커브를, 다음에 높은 볼을 던졌을 때 아슬아슬한 직구가 빠르게 보인다. 이것이 바로 시간적 깊이와 흐림이 주는 효과이다. 요컨대 투수의 전략이란 '시간을 빨아들인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2004년 맥도날드에 취임한 하라다는 Quality, Service, Cleanliness 외에는 어떤 개선 작업도 하지 않았다. 다만 주문을 받는 대로 상품을 만드는 Made for you 조리과정에만 집중했다. (이를 점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모든 점포에서 일제히 전환했다.) -> 같은 시기에 '100엔 맥'을 판매하여 고객들이 많이 방문하게 하고, 햄버거 맛이 더 맛있어졌다는 것을 알렸다.-> 계획이 잘 돌아가는 시점에 채산성이 낮은 점포를 일제히 닫음으로써 단번에 실적을 회복시켰다. 또하나, 하라다의 감각이 발휘된 메뉴는 동물성 기름을 활용한 프렌치프라이이다. 왜냐면 그게 더 맛있기 때문이다.(건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맥도날드에 오지 않을 것.)



답은 나 자신에게 있다


넷플릭스는 초창기에 DVD업계의 공룡인 블록버스터와 아마존과 달리 신작을 다량 보유할 수 없었다. 한정된 자금과 재고로 고객들을 만족시켜야 했다. 넷플릭스는 어쨌든 구작을 대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경쟁의 열쇠임을 깨달았다. 고객이 어떤 순서로 작품을 보고 반납하며, 다음에 무엇을 빌렸는지 상세히 조사하여 취향과 패턴을 파악했다. 지금도 넷플릭스는 분류를 ai에게만 맡기지 않고 작품의 고유한 태그를 붙이는 비법을 가지고 있다고한다.


아웃사이드 인은 외부 정보에서 답을 찾는다. 업무 지시를 성실히 따른다. 계획이 완성되어야 실행한다.

인사이드 아웃은 자신의 논리에서 답을 찾는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따른다. 일단 실행하고 수정한다.


'아웃사이드 인'의 사고방식은 사용하지 않는 부품처럼 재고가 잔뜩 쌓여있지만, '인사이드 아웃'의 방식은 토요타의 생산방식처럼 필요할 때 부품을 가지러가면 된다. 게다가 완성된 자동차의 이미지가 이미 완성되어있다.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사진 촬영 수업을 했었다. 수업 당일 택시에서까지 PPT를 열심히 만들어서 강의실에 들어갔다. 수업 전 그래도 한두마디씩 하고 나쁘지 않았던 분위기에서 강사 소개 후 수업에 들어가니 학생들이 집중을 잘 못하고 나만 떠들고 있는 느낌이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뒷부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사진을 편집해보는 순서를 가져와 실습 위주로 진행하여 학생들의 집중도를 끌어낼 수 있었다. 이런이런 순서로 진행하면 되겠지? 라며 평면적으로 생각하며 준비했던 순서가 학생들에게 100%로 흡수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우리들의 블루스' 작품중에 다운증후군 인물이 그린 그림들이 나오는데, 이때만해도 나는 당연히 다른 작가를 섭외했겠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기사를 찾아보니 정은혜씨는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캐리커처를 그렸던 실제 작가였고 노희경 작가는 이런 사실까지 반영하여 각본을 짠 것이었다. 즉 각본을 쓰기 전에 미리 배우의 스토리까지 염두했다는것이다. 내 수업에 적용해본다면 학생들이 누구인지? 뭘 좋아하는지? 컨디션이 어떤지? 이런 내용들을 먼저 배치하고 컨텐츠를 나중에 구성하는 순서가 된다. 학생들과의 대화를 기본으로 하며 그에 맞춰 컨텐츠를 구성하는 '감각'이 그때의 나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금에서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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