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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파파 Sep 05. 2022

이 세상에 한 명 뿐인 너, 그리고 한 번 뿐인 시간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훈육이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문제에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아이의 인격의 아름다운 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훈육이 반드시 필요하겠지요.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 훈육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에 있는 듯합니다. 육아에 대한 정보들은 쏟아져 나온다는 표현을 해야 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러나 내 눈 앞에 있는 아이에 대한 설명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험으로 깨달아야 하는 정보이지요. 아이마다의 특성이 다르고, 부모인 우리가 살아오며 축적된 내면의 이야기들이 다르고, 맞이한 상황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일률적으로 ‘적절함'을 정해놓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옳은 일도 아닐 것이구요. 이러한 이유로 인해, 아이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훈육이 진행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행착오가 전제됩니다.


시행착오가 수반되는 ‘적절한 훈육 방법 찾기 과정' 가운데 스스로 중요하게 것은 ‘훈육의 시작과 끝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양육 현장을 마주하는 것은 나 자신에게 매우 큰 유익이 됩니다.


처음부터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쉬웠던 것은 아닙니다. 물론 지금도 쉽지는 않지만, 30년 넘게 ‘나 중심’으로 살아온 나를 ‘아이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영역이었습니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저는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이러한 나에게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마음 속 ‘한 마디'는 ‘이 세상에  한 명 뿐인 너, 그런 너와 보내는 한 번 뿐인 시간'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당연함’에 함몰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면 꽤 많은 순간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낍니다. 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저희 아이는 물 놀이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 물이 마시는 물이 되었든, 화장실 물이 되었든 상관 없이 물을 참 좋아합니다. 마시고 있는 물로 장난을 치는 일도 자주 일어납니다. 그럴 때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 상황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감, 염려, 나의 뜻을 관철시켜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들로 감정이 어려워집니다.


어느새 나 중심적으로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습관에 함몰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때 저는 ‘이 세상에 한 명 뿐인 너, 그런 너와 보내는 한 번 뿐인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 속에 여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아이가 왜 물장난을 하고 싶었는지, 어떠한 감정이 들었는지, 촉감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겨납니다.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한 ‘해서는 안되는 것'(위험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잠자리에 들어가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며, 나 중심적인 훈육으로 인해 반성의 이불킥을 날리던 것이 수 십번 인듯합니다. 조목조목 생각해보면 대체적으로 양육, 훈육을 업무처럼 ‘처리'해야 하는 일과로 대하는 것이 아픔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업무는 대개 당연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반복적입니다. 그러나 양육과 훈육의 대상인 아이와 저는 ‘당연함'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시간은 절대로 똑같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비슷할 수는 있겠지만 그 상황 속에 있는 아이와 저는 모두 어제와 다른 우리겠지요.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무엇이든 마찬가지이지만)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아이의 마음, 아이와의 관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참 귀합니다. 당연하지 않아서 더 소중합니다. 내 뜻을 관철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임을 생각해봅니다.


내 아이가 오늘, 지금 이 순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모인 우리가 없어도 이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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