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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사탕 솜사탕 Dec 02. 2022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사랑은 함께 있는 것, 사랑은 악을 물리치는 힘

 딸들이 이 영화를 보고 와서 엄마도 보면 좋겠단다.  2주쯤 지났을 때, 영화를 보려하니 가까운 곳에서는 상영하지 않는다. 한 때 인기 8위까지 올랐었지만 개봉한 지 오래되니 보기가 힘들다. 의지의 한국인인 나는 30분 이동해서 건대입구까지 가서 영화를 봤다. 

 B급 정서라는데 나한테는 딱 좋았다. 이렇게 재미있게 엉뚱하게 영화를 만들 수도 있구나. 굉장한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수 많은 내가 존재하는 우주의 메티버스도 굉장했고, 지금 여기 있는 주인공 에블린이 아닌 뛰어난 능력의 '알파에블린'도 유의미한 상상이다. 수 많은 우주를 순간순간 넘나드는 장면들이라 정신없으면서도 136분이 순삭이었다. 나는 특히 소시지손가락 사람들 부분이 유치하면서도 재미났다. 엊그제 딸이 소시지 먹으면서 하는 말이 이 영화가 생각난단다.

  '라따뚜이'는 중년인 주인공의 기억으로 '라따구리'로 변해서 젊은 요리사는 머리 위에 너구리를 얹고 요리를 한다. 딸이 엄마 생각나더라 했다. 늘 제대로 된 명사를 기억하지 못하던 엄마가 생각나서 실감나더라고. 영화 속 주인공의 딸인 '조부'에게는 악마가 들어가서 '조부 투 파카'라 하는데, 그 이름도 중년의 주인공은 매번 다르게 이름을 불렀단다. 나는 정신없이 흘러가는 장면들과 자막 읽기에 급급해서 매번 이름을 엉터리로 부르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나이 먹으니 이해력까지 떨어진 건가. 함께 영화를 보고 그 감상을 나누니 참 좋다.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이 영화 제목의 뜻은 '모든 것, 모든 곳, 한꺼번에' 라 한다. 영화제목도 잘 외워지지가 않아서 우리말로 기억하고 다시 영어로 번역해서 말을 하게 된다. 에고, 어려워라. 주인공 에블린이 수많은 우주에 살고 있어 요리사, 배우, 무술연마자, 소시지손가락인 등등의 모습이 나온다.그 모든 에블린의 어려움을 지금 여기있는 에블린이 알파에블린으로 변신하기도 하면서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다. 인간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했다. 우린 뭐든 될 수 있지. 상상하고 또 그 길을 향해 노력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회에서의 성공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알파에블린도 어려움에 빠지고 상실감을 안고 있더라. 에블린이 딸의 마음에 깃든 악마를 물리치고 온 우주의 모든 에블린이 평화를 되찾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그래서 올 앳 원스였다.

 딸의 마음에 깃든 악마를 물리치는 장면에서 이솝우화의 바람과 햇님의 나그네 외투 벗기기 이야기가 생각났다. 코메디이기도 하지만 액션 영화이기도 해서 곳곳에 액션이 등장하지만 악을 물리칠 때 에블린은 무술실력이 아닌 사랑으로 감싼다. "저 어둠의 도넛으로 함께 가자." 뭐 이런 비슷한 대사가 있었던듯. 깜짝 놀랐다. 함께 죽자고? 그러나 어디든 함께 하려는 엄마의 진심이 전해지자 빨려들기 직전 딸의 마음에 깃든 악마는 사라진다. 그래 저 정도 각오와 각고의 노력 없이는 변할 수 없는 거다. 올 앳 원스는 함께 하려는 엄마의 사랑으로 모든 곳의 모든 어려움을 한꺼번에 극복하는 걸 뜻하는구만.

 주인공 에블린은 중년의 중국인으로 미국으로 이민와서 살고 있다. 파산의 위험에 처해 있으면서 딸은 동성애를 하고 있으며 늘 긴장해서 여유는 조금도 없이 매순간 화를 낸다. 여유없이 흘러간 나의 30대와 40대의 조바심들이 떠올라 힘들었다. 그 조바심과 빡빡함은 딸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졌고, 엄마 때문에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에 우리집 딸들도 떠오른다. 그래 엄마가 힘들어하면 자식들이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어 절망감 속에 아파하게 되지. 이 영화처럼 엄마가 정신차려야 온 가족이 숨을 쉴 수가 있게 되는 거지. 고통은 깨달음을 낳고 그 깨달음으로 평화가 구축되지.

 이혼을 꿈꾸던 남편은 에블린이 다정함을 장착하게 되자 트레드마크인 다정함을 재빨리 되찾고 기뻐한다. 에블린이 쓸데없다고 구박하던 그의 다정함은 그가 세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었다. 그래 우리는 다른 사람의 진심과 장점을 알아 보지 못하고 속단해서 일을 그르치기 일쑤지. 

 에블린의 아버지 이야기도 하고 싶다. 에블린이 남편 웨이먼트를 따라갔다고 병든 아버지가 딸을 원망하는데, 현실이 힘겨운 딸은 '나를 붙잡지.'라고 한다. 너무 힘드니까 아버지 탓을 하는구나. 그러던 아버지도 병이 드니 미국으로 딸을 찾아 오고, 딸은 아버지를 봉양하며 산다. 동양인이라서 부모 봉양을 잘하나 싶더라.

 마지막으로 세금징수관이 처음에 적으로 나오는데 알파에블린과 일전을 벌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난관을 헤쳐갈 묘수가 '세금징수관을 사랑하라.'는 것이었고 에블린이 마음이 담기지 않은 사랑한다를 외치니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 그 세금징수관과 마음을 나누고 서로 이해하게 되면서 망해가는 세탁소의 세금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는 이런 부분이 좋다.

 긴 영화였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긴 영화라 꼭 감상문을 쓰고 싶었고 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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