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시 쓰기 수업을 듣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합평 강의인데, 매번 1~2편의 시를 공유하면 선생님과 수강생들이 다 같이 서로 평을 해주는 살벌한(?) 방식입니다.
제가 이 수업을 듣겠노라 했더니 누군가 그러더군요. 글쓰기 모임이라고 만나서 서로 칭찬하는 그런 모임, 자기는 정말 싫어한다구요.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굉장히 솔직한 평을 서로에게 해줍니다. 덕분에 한 주가 정말 빠르게 간다고 느끼는 건 마감이 있어서겠죠?
돈 안 되는 시를 쓴다고 돈 내고 머리를 싸매는 게 과연 맞나, 이직도 못하고 시집도 못 간 내가 여기에 시간을 써도 되나 싶었지만, 시의 세계는 심오하고 매력적입니다.
내가 쓴다고 생각하고 읽으니 시인들의 시집이 그렇게 대단해 보일 수가 없고, 묘사와 해석의 균형 사이에서 자꾸 길을 잃는 게 힘겹고, 문자와 소리의 교차, 행과 띄어쓰기의 고민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오늘은 지하철에서 김소연 시인의 시집 <수학자의 아침>을 읽었고, 어제는 천양희 시인의 시집 <지독히 다행한>을 읽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이제니 시인의 '피로와 파도와'라는 시가 계속해서 맴돕니다.
한 때 독립영화를 만들겠다고 밤새 대본을 쓰던 여름날이 떠올랐습니다. 그 이후론 B급 영화들을 보면서도 감독과 연출의 고민이 보이는 게 어찌나 재밌던지요. 엄마가 함께 영화를 보다가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너가 신방과 전공이 맞긴 하나 봐. 재미없는 영화도 잘 보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