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고 싶은 당신에게
나는 6주간의 합평반 수업을 모두 개근했다. 수업은 오로지 합평으로만 진행이 되었고, 2시간 내내 돌아가며 서로의 시를 평했다. 특이한 점은 내가 나의 시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고, 해석하지 않은 텍스트를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평가하는지를 지켜보게 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시를 쓰고 나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합평.. 과연 그게 좋을까?'
서로의 문구를 베끼게 되는 게 아닌지, 혹은 그저 좋은 말이나 서로 에둘러 말해주고 박수를 치는 그런 어색한 시간이 되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선 사람마다 시의 소재로 생각하는 대상, 문체가 너-무 달라서 절대 서로를 따라할 수가 없었다. 각자의 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 또한 달라서 서로의 문구를 보고 '아 저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지만 쉽게 받아적을 순 없었다.
또한 그저 좋은 말로 에둘러 말하기에는 뭐랄까, 시에 정말 진심인 분들이 모여서 '좋게 좋게'의 모임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아, 나쁘지 않아!) 오히려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다양한 시각에서 듣게 되면서 뼈아픈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내 상태가 어떻냐고 한다면, 처음에는 '와 너무 좋은 수업이야'에서 '아 난 소질이 없구나'에서 '그래 뭐 내 시가 구리고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다면 그냥 편하게 쓰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마음 편함으로 자리잡았달까.
예전에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신춘문예나 신인문학상에 응모했다면, 이제는 '음 뭐 떨어지겠지만 재미삼아 넣자'라는 마음으로 넣게 되었다. 그 수업에서만 해도 정말 좋은 시를 쓰는 분들이 많았고, 요즘의 나는 감성과 감각이 많이 무뎌져 있었고, 무엇보다 '시'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나 다양한 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대신 좋은 시집을 정말 많이 추천 받았고, 서점에 들르면 시집을 하나씩 사서 읽는데 이전과는 다르게 읽혀서 시집을 읽는 동안 잠시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시를 쓰면 다른 감각이 깨워져서 이전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어차피 시인 치고 시만 쓰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라고 굳이 얘기하는 건 언젠가 나도 회사생활을 관두고 글 쓰며 살고 싶다는 꿈을..) 열심히 생활인으로서의 자아와 글쓴이로서의 자아를 같이 키워가야겠다고 느꼈다.
장르를 바꿔 이번에는 시나리오 수업을 들어볼까 고민중이다. 번 돈으로 이것 저것 배워볼까 한다. 나에게는 쓰던 소설, 쓰던 동화, 스무 편의 시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