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아직 달이 지고 있는 아침 풍경>
고요히 피어오르는 새벽안개도
누에보 다리를 미처 건너지 못한 이른 시간
아직 누구의 숨도 섞이지 않은
순결한 바람 불어오는 먼산주름 위
아름다웠던 지난밤 잊지 말라는 듯
여전히 머물러 있는 아침달의 느린 걸음
그런 달 보다 더 천천히 떠나려는 나의 마음
머물렀던 풍경
** 스페인 론다애서 마주 했던 이른 아침 풍경이 아직도 선명한 이유는 고요히 밝아 오는 아침 하늘에 여전히 걸려 있던 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침에 느끼는 묘한 긴장감과 밤이 주는 편안한 나른함이 섞여 있는 이국의 아름다운 풍경은 내겐 충분한 여행의 이유가 되었다. 요즘도 가끔 그날의 느린 아침달이 생각난다. 특히 마음 바빴던 날을 보낸 밤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