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소소 이야기
매미소리 소나기처럼 쏟아지던 날 할머니 방 술동이 기포가 터졌다
시큼한 막걸리 내음이 문지방을 넘어 나올 때
엄마는 농주 내릴 채비를 서둘렀다
삼베 천에 걸린 막걸리 냄새는 논에 가신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 입가의 수염 사이로 들이킨 막걸리가 서며 나올 때
할머니는 가마솥뚜껑을 내다 걸었다
잔솔가지 불에 달궈진 가마솥뚜껑이 마른 쇳소리를 낼 때
할머니는 호박꼭지로 돼지기름을 휘휘 둘렀다
겨울 저수지 물안개 마냥 흰 연기 스멀스멀 피어올랐고
마당 위로 납작 퍼진 꼬신 냄새는 어린 강아지 꼬랑지를 흔들었고
돼지기름 냄새에 흠뻑 젖은 수컷 매미도 울음소리를 멈추었다
시큼한 막걸리 내리던 날 시원한 소나기도 함께 내렸다
아버지 목젖의 울렁거림에 엄마는 막걸리 간을 위해 검지로 찍고
바가지 물을 삼베 위로 흘려보내며 술찌게미를 손가락으로 맴돌이를 쳤다
할머니 찌짐 찢어 내입에 넣어주시고 꼬신 내 베인 손으로
술지게미 한 덩이 박바가지에 담아 설탕으로 버무려
달달구리 막걸리를 만들어 두고
단맛에 꼬인 개미 같은 손자들에게
어미 제비가 새끼 먹이듯 한 모금만 넣어주었다
붉은 볼 서로보고 막 웃을 때
짝 찾는 말매미도 막걸리 냄새에 취했는지
게으른 울음소리만 뱉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