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도 꽃이 있었네.

사사소소 여행기

by 무우

섬에 핀 꽃이 홀쭉하고 길었다. 지나가는 배가 보고 싶은건지 찾아오는 여행객에게 자랑하려는지 까치발을 들고 있었다. 가끔 찾아오는 파도와 바람이 제 몸을 성가시게 할 텐데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자기를 눈속에 담아가도록 찾아오는 뭍사람에게 온갖 뽐을 냈다. 불쌍하게 여긴 이들은 사진에 담아 육지로 데려갔다.


산에 핀 꽃이 군락으로 화려했다. 땅 심이 좋은지 꽃들의 세력이 좋았다. 산 오르는 사람에게 쉬어가라 손짓했고 내려가는 사람에게 조심하라 일렀다. 구름 잡아 목을 축인 후 목마른 곤충들과 미물들에게 내어 주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제 몸이 상하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고 산객들의 길잡이가 되었다. 바위와 어울린 억척스러운 꽃들은 사람들 사진에 담겨 산을 내려갔다.


도심의 길 가에 핀 꽃이 작고 짤막했다. 사람들 발길에 차였는지 바닥에 붙어 얼굴만 보였다. 분홍 제비꽃은 길과 벽의 사각과 돌 틈에 피어 사람들의 발길을 피했다. 노란 민들레는 아예 척박한 길 옆에 비켜 앉았다. 발길을 피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아는지 비루하게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고결함과 아름다움을 낮추고 강인함으로 저 혼자 꽃을 피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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