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잖아요!

사사소소 이야기

by 무우

매생이 국


퇴근할 때 보니 대문에 입춘대길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었다. 뭐냐고 아내에게 물었다.


"봄이 잖아요"


그렇다. 매일 출퇴근하는 길 옆의 보리밭이 약간 파래진 것도 같았다. 춥다고 틀고 다니던 자동차의 히터도 3단에서 1단으로 내리고 며칠 전부터는 덥다고 아예 끄고 다녔다. 세상 놀랄 일들이 무수히 일어나는 세상사인데 봄이라고 해서 사실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바람에 실려온 봄의 기운이 논바닥에 전해져 푸르고 생생한 기운이 일어난 것만은 사실이다.

아내에게 봄이 왔다.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매생이를 시장에서 오천 원 주고 사고 국을 끓였다. 언젠가 한번 신랑에게 들은 매생이국 이야기를 기억하였다가 시장통 할머니에게서 구입했단다. 사실 아내는 매생이국을 본적도 먹은 적도 없다. 그러나 네이버 박사에게 물어봤는지 창의적인 새로운 매생이국을 만들어냈다. 사온 매생이를 수돗물에 한번 헹궈서 땡고추 쏭쏭 썰고 된장 풀어 시원하고 맛나 보이는 매생이국을 끓였다.

매생이국을 어떻게 끓였냐고 물었더니 매생이가 큰아이 머릿결처럼 너무 고와서 한 번만 씻고 그냥 끓였단다. 곱게 다듬어진 매생이는 짙은 녹색이며 가장 가늘고 고운 결을 지닌 해초류로 무척이나 고왔다. 아침상에 올라온 국그릇에는 매생이 올이 제각각 흩어지고 풀어져서 결이 보였다. 가늘고 고운 매생이 올이 제각각 보이니 깊은 맛이 나질 않았다. 저녁상에 다시 올라온 매생이국은 올의 틈새가 보이질 않았다. 고운 비단의 채색과 바다의 맛이 차곡차곡 채워져 입안 향기가 일품이었다. 숨었던 혀끝의 감각기간이 봄맛을 기억해 낸 것이다.

'굴과 함께 끓여내는 매생이국은 김이 나질 않아서 미운 사위 오면 한 그릇 내놓는다'는 이야기를 TV에서 들은 적이 있다. 매생이 올 사이로 틈새가 없을 정도로 되직하게 끓여내기에 김이 오를 구멍이 하나도 없고 에너지를 속으로만 품고 있는 것이다.

"아이쿠야! 뜨겁다"


입천장 홀라당 벗겨지기 전에 남편들은 아내에게 잘해야 할 것 같다. 매생이는 칼로리가 없어서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하니 이른 봄 굴 넣고 끓인 매생이 떡국 한 그릇을 권하고 싶다.


봄 비

노랑우산 노랑장화 신고 딸아이 학교에 간다. 파랑우산 파랑장화 신고 아들 녀석 학교에 간다. 창가에 서서 아이들 학교 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보니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가져온 시가 생각나서 웃음이 났다.

오래전 사진을 보다 발견하였다. 아이들의 어미는 사진 찍느라 소화전 위에 불법으로 유모차를 정차한 줄 몰랐나 보다. 그렇지만 어느 누가 주, 정차 위반 스티커를 발부할 수 있으려나...

삐삐머리 아가씨와 밤송이머리 총각이 저렇게 자랐다. 빨리 카메라 들고 집 앞 공원으로 나가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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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그렇게 봄을 간절히 기다렸나 보다. 아는 지인께서 작약꽃 한 촉을 분양해 주신다는 말씀에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졌다. 밤새 비가 내렸나 보다. 새벽녘까지 빗줄기에 흠씬 시달린 땅이 사방에서 진한 흙내를

뿜었다. 하늘님께서 고마운 봄비를 주셨으니 올 한 해 농사준비를 위해 밭으로 나가 농사준비를 했다. 땅 갈고 밭고랑 일구니 땅 속에서 머위 싹이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동장군 기세가 무디어짐을 알아채고 밭가의 고목 매화나무가 꽃망울을 잉태하였다. 매년 그랬듯이 6월 오면 매실 거두어 옹기에 담아 숙성시키고, 조석으로 향기로운 매실주 한잔에 취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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