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잔향
수심 8,200미터.
균열 내부.
아마테라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혹은
그 자리에 있다고 기록되고 있었다.
조종석 안.
빛은 있었다.
하지만 방향이 없었다.
아야세 미나는
숨을 참고 있었다.
“…박사님.”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조금 더 크게 말했다.
“하야카와 박사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아직 들립니다.”
아야세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뭐가요?”
하야카와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말했다.
“…사라진 사람의 시간입니다.”
정적.
아야세의 눈이 흔들렸다.
“…무슨 뜻이에요?”
하야카와는
천천히 모니터를 가리켰다.
시간 기록 장치.
TIME_ANOMALY_07
로그가
갱신되고 있었다.
CREW STATUS : 1 ACTIVE
그리고 그 아래.
새로운 항목.
SIGNAL TRACE : DETECTED
“…신호가 있습니다.”
“누구 신호요?”
하야카와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했다.
“…나카무라 켄타.”
아야세의 숨이 멎었다.
“…말도 안 돼요.”
“동의합니다.”
“…그럼—”
“하지만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야카와는
신호 추적 화면을 열었다.
파형이
천천히 나타났다.
불규칙했다.
끊겼다가 이어지고
뒤섞였다.
마치
여러 개의 시간이
겹쳐진 것처럼.
“…이건 음성입니다.”
아야세가 속삭였다.
“재생합니다.”
스피커에서
잡음이 흘러나왔다.
치직—
치직—
그리고
“…확… 인…”
아야세가
의자를 움켜쥐었다.
“…들었어요?”
하야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
이번에는
분명했다.
나카무라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확인…”
“…확…”
“…인…”
목소리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단어가
쪼개져 있었다.
시간 속에서
찢어진 것처럼.
아야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살아 있는 거예요?”
하야카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리고 말했다.
“…기록에 남아 있는 겁니다.”
그는
화면을 확대했다.
SIGNAL SOURCE
좌표가 표시됐다.
북위 31.7421
동경 142.5583
아야세의 눈이 커졌다.
“…여기잖아요.”
“맞습니다.”
“그럼—”
하야카와가 말했다.
“…같은 위치가 아닙니다.”
정적.
“…시간이 다릅니다.”
아야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카메라 화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조종석 뒤쪽.
빈 의자.
그 위에
무언가가 있었다.
아야세의 시선이
천천히 그곳으로 이동했다.
“…박사님…”
하야카와도
고개를 돌렸다.
의자 위.
물방울 하나가
공중에 떠 있었다.
떨어지지 않는다.
흐르지 않는다.
그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하야카와가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만지면 안 돼요!”
아야세가 외쳤다.
하지만
그의 손은 이미 닿고 있었다.
찰나.
세계가
겹쳤다.
빛.
어둠.
소리.
침묵.
그리고
장면.
바다.
폭풍.
연구선.
그리고
한 남자.
젊은 하야카와.
아야세가 숨을 삼켰다.
“…저건…”
하야카와의 목소리가
거칠게 떨렸다.
“…동생이다.”
장면 속에서
그의 동생이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 아래.
빛.
지금과 같은
빛.
그리고
그의 입이
움직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하야카와는
알고 있었다.
“…도망쳐.”
그 순간
장면이
깨졌다.
조종석으로 돌아왔다.
하야카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아야세가 말했다.
“…과거예요?”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리고 말했다.
“…기록입니다.”
정적.
“과거도 아닙니다.”
“미래도 아닙니다.”
그의 눈이
빛을 향했다.
“…이미 존재하는 선택입니다.”
그때
시간 기록 장치가
강하게 깜빡였다.
TIME_ANOMALY_08
로그가
자동으로 열렸다.
CREW STATUS : 1 ACTIVE
SIGNAL TRACE : LOST
그리고
마지막 줄
DECISION LOCK : INITIATED
아야세가
속삭였다.
“…이게 뭐예요…”
하야카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확정”이다.
그 순간
조종석 창 밖
빛이
하나로 수렴하기 시작했다.
겹쳐져 있던 시간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되고 있었다.
아야세가
뒤로 물러났다.
“…무슨 일이에요…”
하야카와는
조용히 말했다.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야세를 바라봤다.
잠시 침묵.
“…이제 하나만 남습니다.”
아야세의 눈이
흔들렸다.
“…뭐가요…”
하야카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시간 기록 장치를
천천히 돌려보였다.
CREW STATUS : 1 ACTIVE
그리고
그 아래
두 개의 이름이
겹쳐져 있었다.
HAYAKAWA SHINJI
AYASE MINA
아야세의 숨이
멈췄다.
“…둘 중 하나…”
하야카와가 말했다.
“…기록됩니다.”
정적.
빛이
더 강해졌다.
시간이
조여오고 있었다.
그리고
선택은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니라
끝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