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닿지 않는 곳
7화

관측의 경계

by 이타

수심 8,200미터.
균열 내부.


아마테라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혹은, 그 자리에 있다고 인식되고 있었다.


조종석 안.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간 기록 장치의 숫자는
더 이상 ‘흐른다’는 개념을 따르지 않았다.


04:17:02
04:17:02
04:17:05
04:16:59


순서가 아니라
가능성처럼 나열되어 있었다.


하야카와 신지는
그 숫자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험을 하나 더 하겠습니다.”


아야세가 고개를 들었다.
나카무라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지금부터,”
하야카와가 말했다.
“서로를 계속 확인합니다.”


“확인… 이요?”


“이름을 부르고, 대답합니다.”
그는 짧게 말했다.
“끊기지 않게.”


조종석 안의 공기가
미세하게 긴장했다.


“…왜죠?”
아야세가 물었다.


하야카와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는 문장을 끝내지 않았다.


“…확인되고 있는 겁니다.”


침묵.


나카무라가
짧게 웃었다.


“그게 무슨 철학입니까.”


“아닙니다.”
하야카와가 말했다.
“…현상입니다.”


그는
시간 기록 장치를 가리켰다.


“기록이 먼저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기록과 일치하는 순간만 통과합니다.”


아야세의 눈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그럼
확인되지 않으면—”


“기록에서 빠집니다.”


짧은 정적.


그리고
하야카와가 말했다.


“시작하죠.”


“하야카와 신지.”
“…있습니다.”


“아야세 미나.”
“…여기 있어요.”


“나카무라 켄타.”
“확인.”


세 사람의 목소리가
조종석 안을 채웠다.


작고
단순한 반복.


하지만
이상하게 안정감이 있었다.


“하야카와 신지.”
“있습니다.”


“아야세 미나.”
“여기 있어요.”


“나카무라 켄타.”
“확인.”


반복.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에서
이름만이
흐름을 만들고 있었다.


세 번째 반복에서
처음 이상이 나타났다.


“하야카와 신지.”
“…있습니다.”


“아야세 미나.”
“…여기—”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늦었다.


나카무라가 눈을 찌푸렸다.


“…지금 들으셨습니까?”


하야카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아야세를 보고 있었다.


아야세는
분명히 입을 움직였다.


하지만
소리는
그 다음 순간에 도착했다.


“…지연입니다.”
하야카와가 말했다.


“통신 문제 아닙니까?”
나카무라가 물었다.


“아닙니다.”
하야카와는 고개를 저었다.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어긋난 겁니다.”


조종석 안의 공기가
조금 더 식었다.


“계속합니다.”


“하야카와 신지.”
“있습니다.”


“아야세 미나.”
“…여기 있어요.”


“나카무라 켄타.”
“확인.”


네 번째 반복.


“하야카와 신지.”
“있습니다.”


“아야세 미나.”
“여기 있어요.”


“나카무라 켄타.”



잠깐의 정적.


나카무라가
눈을 깜빡였다.


“…확인.”


그는 분명
늦었다.


하야카와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모니터를 켰다.


생체 신호.


세 개.


정상.


하지만
파형이 어긋나 있었다.


마치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다시.”


“하야카와 신지.”
“있습니다.”


“아야세 미나.”
“여기 있어요.”


“나카무라 켄타.”



이번에는
더 길었다.


아야세가
고개를 돌렸다.


“나카무라 씨?”


그는
바로 옆에 있었다.


입도
열려 있었다.


그런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0.8초.


“…확인.”


늦게
도착했다.


아야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이거… 이상해요…”


하야카와는
조용히 말했다.


“…아직 아닙니다.”


그는
시간 기록 장치를 열었다.


새 로그가
생성되고 있었다.


TIME_ANOMALY_07


기록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계속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


“하야카와 신지.”
“있습니다.”


“아야세 미나.”
“여기 있어요.”


“나카무라 켄타.”



정적.


아야세가
입을 열었다.


“나카무라 씨—”


그 순간


카메라 화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나카무라의 모습이
한 프레임
사라졌다.


다음 프레임.


다시 나타났다.


아야세가 숨을 멈췄다.


“…봤어요?”


하야카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다시.”


“하야카와 신지.”
“있습니다.”


“아야세 미나.”
“여기 있어요.”


“나카무라 켄타.”



이번에는
아예 들리지 않았다.


아야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나카무라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눈도
움직이고 있었다.


손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리가 없다.


“…말해보세요.”
아야세가 말했다.


나카무라는
입을 움직였다.


확실하게.


분명히.


하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하야카와가
중얼거렸다.


“…관측이 끊어지고 있습니다.”


그 순간
시간 기록 장치가
짧게 깜빡였다.


CREW STATUS : 2 ACTIVE


아야세가
숨을 삼켰다.


“…아직 세 명이에요…”


하야카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는
나카무라를 보고 있었다.


“지금부터—”


그의 목소리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우리는 그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아야세의 눈이
흔들렸다.


“그게 무슨—”


그 순간


나카무라가
완전히 멈췄다.


움직임이 없다.


호흡도 없다.


눈도


멈췄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소리도 없었다.


움직임도 없었다.


흔적도 없었다.


의자만
남아 있었다.


아야세가
비명을 지르려 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하야카와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는
시간 기록 장치를 보고 있었다.


TIME_ANOMALY_07


로그 마지막 줄


CREW STATUS : 1 ACTIVE


조종석 안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기록에는


한 명이었다.


아야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박사님…”


“…저… 보이시죠?”


하야카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아야세를 바라봤다.


잠시 침묵.


“…아직은.”


그 순간


조종석의 조명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아야세의 그림자가


두 개로 갈라졌다.


아마테라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아니,


그 자리에 있다고
기록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시간이 아니라


“존재의 선택”이


조용히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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