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4. 현재라는증거
2023년 겨울, 나는 밤을 자주 넘기지 못했다.
가게 불을 끄고도 바로 집으로 가지 못했고, 차 안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야 시동을 걸었다. 술이 떨어지면 마음이 먼저 무너졌다. 그때의 나는 죽고 싶었다기보다, 더는 이렇게 살 자신이 없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치킨집을 시작했다. 선택이었고, 각오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빨리 무너졌다. 하루 열두 시간 넘게 서 있었고, 팔과 어깨는 늘 뜨거웠다. 문을 닫고 나면 남는 건 피로와 정리되지 않은 생각뿐이었다. 매출보다 무거웠던 건 “내가 뭘 잘못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답은 나오지 않았고, 대신 술잔만 늘어갔다.
그 겨울의 나는 술을 마셨다기보다, 술에 기대어 하루를 넘겼다. 판단은 흐려졌고 생각은 한 방향으로만 흘렀다. 실패했다는 말보다, 다시 시작할 힘이 없다는 감각이 더 정확했다. 어느 날은 정말로 이쯤에서 끝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 인생이 아니라, 그 하루를 끝내고 싶었다.
처음 달린 날도 그런 하루였다. 특별한 결심은 없었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밖으로 나왔고, 걷다 보니 뛰게 됐다. 겨울 공기가 폐로 깊게 들어왔다. 숨이 가빴고, 발바닥이 얼얼했다. 몇 분도 안 돼 멈추고 싶어 졌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은 멈추지 않았다. 생각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달리는 동안에는 과거도, 내일도 없었다. 지금 숨 쉬는 것만 남았다.
그날 이후로 가끔 달렸다. 규칙도 없었고 목표도 없었다. 잘 달리려고 한 게 아니라, 오늘을 넘기려고 신발을 신었다. 달리기는 나를 바꾸지 않았다. 다만 그날을, 그 밤을, 그 겨울을 넘기게 해 줬다.
지금도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안다.
그 겨울을 지나온 몸이 있다는 걸.
달리기는 내 삶의 장식이 아니라, 내가 아직 여기 있다는 증거다.
그 겨울 이후로 내 삶에는 달리기가 남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달리기가 끝난 뒤에도 삶은 계속됐고,
나는 여전히 매일을 버텨야 했다.
그 이야기를 이제부터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