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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게임음악 ost 피처링 도전

by 디아쏭

내가 하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연습하고 합주할 때는 몰랐었다. 내가 부르기 싫은, 내가 못하는 노래를 열심히 해야 이 정도의 돈이라도 받을 수 있는 현실이 비로소 체감되었다. 내가 잘하는 음악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구분할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내가 자신 있었던 장르나 스타일과는 다른 소위 상업적 목소리가 수요가 많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했다.


게임회사의 전속 작곡가로 일하던 친구가 게임음악에 들어갈 목소리를 찾는다며 나에게 녹음을 부탁했다. 게임음악 특성상 캐릭터적인 느낌이 필요했고 과한 바이브레이션이나 스킬은 거의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 기를 쓰고 대학에 들어가서 배웠던 것이 보컬 테크닉이었는데 사회에 나와서는 쓸 일이 많이 없어졌단 게 씁쓸해졌다. 목소리를 쥐어짰더니 일본 게임캐릭터와 매우 흡사한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언젠가 쓰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캐릭터 성대모사가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노래의 난도는 높지 않았으나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를 소환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한바탕 가상세계에서 만난 자아로서 노래하며 시간을 보낸 후 내 친구는 매우 만족스럽게 페이를 건네주었다. 그 사이 페이는 6배나 올랐다. 유튜브에서 왜 그렇게 많은 연예인들이 PPL을 위해 광고주 앞에서 화려한 개인기를 펼쳤는지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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