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이 드러낸 것에 대하여 [2]

부작용 혹은, 과작용

by HUN

수요일 낮, 컨디션도 꽤나 괜찮았고 퇴사심은 아직 남아있어 공부나 조금 해볼까 하고 책을 펼쳤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숨이 턱, 하고 막히며 책이 너무 두껍고 나는 이걸 다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좌절감이 들었다. 어쩌면 이직을 해야만 할 것 같은데, 나의 이직 실패가 인생의 실패일까 봐 두려웠다. 연인과의 관계 발전을 망칠 수도 있겠단 사실도 굉장히 두려웠고, 나의 모든 걸 잃을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극한의 초조함에 우두망찰 해졌다. 답답함이 나아질까 장기적인 이직 공부 계획을 세워봐도 마음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차라리 공부를 하지 말자 싶어 책을 덮어봐도 다를 게 없었다. 사람을 너무 만나지 않고 누워만 지낸 탓인가 싶어 마스크를 쓰고 잠시 친구를 만났지만, 상태는 잠시 나아질 뿐이었다. 저녁 무렵 식사 시간에는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고, 배가 살짝 아팠다. 여전히 항생제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밤에는 걱정들에 묻혀 눈을 감고 있어도 깊이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새벽이 다 되어 잠들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며 이른 아침 눈이 떠졌다. 회사를 하루 더 쉬기로 마음먹은 탓에 당장 해야 할 일은 공부인 것처럼 보이기만 했다. 며칠간 나가지 않은 회사에서 소외되는듯한 감각과 이직에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은 내가 사회에서 불필요한 사람처럼 느끼게 했다. (그럼에도 스트레스를 받을게 분명한 회사에는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 입맛이 없어 식사는 잘 들어가지 않았고, 오후부터는 묽은 변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날부터, 수면과 식사의 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밤이고 낮이고 잠드는 게 어려웠고, 식사가 넘어가지 않았다. 음식을 입에 넣어도 침이 돌지 않았고, 억지로 위로 넘어간 음식은 구역질을 유발했다. 그리고 잠을 한두 시간 겨우 자고 맞이한 아침에는 식사를 하는 게 옳은지, 잠을 더 자려고 노력하는 게 옳은지 혼란스러워 불안감을 키웠다. 그리고 식사를 못 하면서 허기진 것과 잠을 못 자면서 피곤한 상태는 3일을 지속되었으나 평생을 지속될 것인 양 살아있는 시간을 두렵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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