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혹은, 과작용
수요일 낮, 컨디션도 꽤나 괜찮았고 퇴사심은 아직 남아있어 공부나 조금 해볼까 하고 책을 펼쳤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숨이 턱, 하고 막히며 책이 너무 두껍고 나는 이걸 다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좌절감이 들었다. 어쩌면 이직을 해야만 할 것 같은데, 나의 이직 실패가 인생의 실패일까 봐 두려웠다. 연인과의 관계 발전을 망칠 수도 있겠단 사실도 굉장히 두려웠고, 나의 모든 걸 잃을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극한의 초조함에 우두망찰 해졌다. 답답함이 나아질까 장기적인 이직 공부 계획을 세워봐도 마음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차라리 공부를 하지 말자 싶어 책을 덮어봐도 다를 게 없었다. 사람을 너무 만나지 않고 누워만 지낸 탓인가 싶어 마스크를 쓰고 잠시 친구를 만났지만, 상태는 잠시 나아질 뿐이었다. 저녁 무렵 식사 시간에는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고, 배가 살짝 아팠다. 여전히 항생제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밤에는 걱정들에 묻혀 눈을 감고 있어도 깊이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새벽이 다 되어 잠들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며 이른 아침 눈이 떠졌다. 회사를 하루 더 쉬기로 마음먹은 탓에 당장 해야 할 일은 공부인 것처럼 보이기만 했다. 며칠간 나가지 않은 회사에서 소외되는듯한 감각과 이직에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은 내가 사회에서 불필요한 사람처럼 느끼게 했다. (그럼에도 스트레스를 받을게 분명한 회사에는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 입맛이 없어 식사는 잘 들어가지 않았고, 오후부터는 묽은 변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날부터, 수면과 식사의 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밤이고 낮이고 잠드는 게 어려웠고, 식사가 넘어가지 않았다. 음식을 입에 넣어도 침이 돌지 않았고, 억지로 위로 넘어간 음식은 구역질을 유발했다. 그리고 잠을 한두 시간 겨우 자고 맞이한 아침에는 식사를 하는 게 옳은지, 잠을 더 자려고 노력하는 게 옳은지 혼란스러워 불안감을 키웠다. 그리고 식사를 못 하면서 허기진 것과 잠을 못 자면서 피곤한 상태는 3일을 지속되었으나 평생을 지속될 것인 양 살아있는 시간을 두렵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