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화요일>
‘로또에 당첨된다면…….’같은 망상을 요즘 자주하곤 합니다. 로또도 안사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이상하고 가치 없어 보이지만, 그 생각을 할 때면 무척 즐거워집니다. 이것도 사보고, 저것도 사보고, 이것도 배워보고, 저것도 배워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바닷가에 예쁜 집을 구해 바람이나 쐬며 책을 읽다 낮잠에 빠지는 삶. 평화롭고 느긋한 그런 삶을 꿈꾸며 미소 짓습니다. 하지만, 이미 상상이 너무 진지하고 현실성이 넘칩니다. 삶에 지쳐 적당히 쉬고 싶은 한 사람이 바라는 현실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상이 나쁜 건 아닙니다만, 상상 자체에서도 현실의 힘듦이 짙게 배어나옵니다. 아에 미친 척하고 세상이 뒤바뀌는 새로운 상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느 화요일 저녁 갑자기 연잎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연잎에 타고 있던 개구리들도 같이 떠오릅니다. UFO를 탄 외계인 같은 형상을 하고, 그들은 마을을 누빕니다. 늦은 저녁을 먹는 사람을 놀라게 하고, 빨랫줄에 걸린 식탁보를 어깨에 망토처럼 두르기도 합니다. 잠에 든 할머니의 리모컨을 빼앗아 텔레비전을 보고, 집을 지키고 있던 개에게 겁을 줍니다. 그리고 해가 뜨자 마법 같은 순간이 지나고 개구리는 열심히 뛰어서 자신들이 살던 연못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음주 화요일. 이번에는 돼지의 차례입니다.
처음에는 이 동화의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아무런 내용도 없고, 외계인 같은 개구리들이 마을을 침공하는 듯한 내용을 보며, 그냥 어리둥절할 뿐이었습니다. 정신없는 초회독이 끝나고 2회독 째부터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날게 되어 어리둥절한 개구리들. 익숙해져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띠며 마을을 누비는 개구리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게 되어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개구리들까지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가 한 가득이었습니다. 마지막엔 날아다니는 개구리를 본 시민이 인터뷰를 하고 있고, 갑자기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대량의 연잎을 보며 고민하는 경찰의 모습까지 보이며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합니다. 정말 즐겁고 웃긴 상상입니다. 연잎을 타고 날아다니는 개구리! 생각만 해도 웃기지 않나요? 현실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동화속의 그림을 보며 정말 근심걱정 없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아, 유일한 근심걱정은 돼지가 날아다닌 후 마을에 닥칠 후폭풍이었습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겁니다. 혹은 철이 덜 들었다며 핀잔을 들을지도 모릅니다. 현실을 살라는 얘기는 이 말 모두에 따라올 겁니다. 그래서 나이를 제법 먹어버린 지금은 이런 상상을 망상으로 치부하고 잘하지 않습니다. 이 동화를 첫 번째 읽었을 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종종하고 그것에 즐거워합니다. 매번 그렇지는 않아도 현실에 지쳐있는 어느 날이면 현실과는 전혀 관련 없는 어떤 이야기를 찾곤 하죠. 연잎타고 날아다니는 개구리 같은 이야기 말입니다. 저 또한 그런 이야기를 찾고 있었나 봅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정말 아무생각 없이 웃었습니다. 즐거웠고 재밌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배척받을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맥락 없고, 뜬금없고, 어처구니없으니까요. 그래도 이런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해줍니다. 나이 들어버린 어른이라도 동화라는 장르에 기대어 이런 상상을 맘껏 할 수 있죠. 이런 상상은 사회의 톱니바퀴 안에 들어가 반복되는 일상만을 사는 우리들의 감정과 삶을 다른 방향으로 환기시켜줍니다. 즐거움과 웃음을 통해 비일상을 경험하고 조금은 지루한 세상을 더 즐겁게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줍니다. 여러분의 하루는 어떤가요? 매일이 반복되는 것 같나요? 그러면 아파트 사이를 연잎을 타고 넘나드는 개구리들을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어느새 그 상상 속에서 우리는 즐겁게 외치고 있을지 모릅니다. “개구리가 날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