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버스 컴퍼니 3.5장 헬스 치킨>
※림버스 컴퍼니 게임의 다량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토리 분석글이라기 보다는 스토리에 대한 감상문에 가깝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림버스 스토리 1,2,3장 감상문과 이어집니다. 먼저 보고 오시기를 추천합니다.
마을에서의 일이 마무리되고, 버스는 의뢰를 처리하기 위해 날개의 중심부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의뢰인을 만납니다. 의뢰인은 일단 치킨집 앞에서 일어난 소동을 처리해주기를 원합니다. 치킨집 앞에서는 생닭들이 눈이 달린 채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며 사람들읋 괴롭히고 있습니다. 몇몇 닭들은 사람의 머리를 삼키고, 사람을 닭처럼 행동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닭들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치킨집 앞의 호프집 사장입니다. 사장은 앞치마를 두른 거대한 닭 괴물로 변하여 거리를 난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수감자들은 사장이 닭으로 변한 채 생닭을 조종하는 이 현상을 ‘뒤틀림’이라고 정의합니다. 뒤틀림은 도시에서 처음부터 존재하던 현상은 아닙니다. 구 L사 즉,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 뿌렸던 어떤 것에 의해 발현되는 것이죠. 이 뒤틀림 현상에 대해 명확히 정의된 바는 없으나 파우스트는 이 뒤틀림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선악… 아니, 마음이 산산이 허물어졌을 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죠.” 즉, 마음이 큰 충격을 받았을 때 뒤틀림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큰 충격만 받는다고 뒤틀림이 된다면 정말 많은 사람이 뒤틀림이 되었겠죠? 그래서 파우스트가 말한 ‘선악’이라는 단어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절대적 진리나 절대선, 혹은 절대악이 존재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선악은 절대선, 절대악의 개념이 아닙니다. 개인마다 달라지는 선악의 개념이죠. 선악을 나누는 것은 어떠한 절대적 기준이 아닌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악이 평생 똑같을 수 없고 자신의 선악의 남의 선악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선악이 무너져 내가 가진 신념과 희망마저 산산 조각날 때 우리는 큰 충격을 입고 좌절할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부정적인 감정은 남에게 피해를 입힐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상태가 바로 저 ‘도시’에서 말하는 뒤틀림입니다.
은봉이네 호프집 사장이 뒤틀린 이유를 찾아 기억을 더듬은 끝에 알아낸 사실은 이러했습니다. 원래 남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고, 자신이 만든 비법 레시피로 장사를 잘 해나가고 있던 은봉이네 호프집 사장의 레시피를 바로 맞은 편 보살 치킨집 사장이 훔쳐내 ‘개념 소각기’에 던져버립니다. 개념 소각기는 온 세상에서 그 개념 자체가 사라지게 해 더 이상은 찾을 수 없게 하는 도시의 기술입니다. 은봉이네 호프집의 치킨 레시피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니 호프집 사장은 보살 치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폭발하면서 뒤틀림이 된 것이죠.
이 뒤틀림은 은봉이네 호프집 사장의 과거에서 호프집을 만든 초심을 찾아내 일깨워주면서 해결합니다. 먹을 것으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마음. 그것이 초심이었죠. 아마 호프집 사장의 신념이자 희망이면서 최고선이었을 겁니다. 그걸 되찾고 나서 선악이 바로 서고 마음이 회복되면서 뒤틀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죠. 의뢰인은 이러한 해결 과정을 통해 버스팀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3.5장은 마무리됩니다.
지금 세상을 살면서도 누구나 뒤틀릴 수 있습니다. 모두가 다르지만, 그 다름이 모두에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는 자신을 위해 다름을 이유로 남을 내려깎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은 부서지고, 뒤틀려서 어느 순간에는 선을 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남아있기 위해서는 자신의 선택이 불러오는 결과와 그에 대한 책임을 고민해야 합니다. 혹자는 누군가를 죽이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내가 이렇게 된 것은 세상이 이미 이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정말 근본을 따졌을 때 그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과학으로 많은 것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세계의 모든 것을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간이 밝혀내지 못한 어떤 절대적인 규칙이 지금의 상황과 그 사람의 행동을 만들어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행동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그 행동이 세계의 법칙에 의해 행해진 것일지언정 우리는 여전히 고민해야 합니다. 무엇이 옳은 행동이고 나쁜 행동인지.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의지로 행해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간다면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세계의 법칙에 따라 생각하고 행하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자유의지로 세상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무너지고, 자기 삶이 절벽 끝에 내몰리더라도 자기 생각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보편적 인간으로서 마지막 선인 도덕을 지키며 생활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은봉이네 호프집 사장처럼 마음이 무너진 채로 혼자 다시 삶으로 돌아오기에는 너무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 좌절과 부정적인 감정을 버스팀이 풀어내어줬듯이 우리도 또한 서로서로 도우며 뒤틀리지 않도록 해야겠죠. 누군가의 좌절을 일으켜세우고, 어둠에서 한줄기 빛이 되어주는 것은 주변이 진실한 위로와 관심이니까요. 그런 위로와 관심이 있다면 조금씩 현실 세계에서의 뒤틀림도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